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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삼봉산~시궁산(경기 용인)

 

어제 설날을 맞이함으로써 내게 또 하나의 나이금이 보태졌다. 이렇듯 해 따라, 달 따라 세월이 흘러 나이는

자꾸자꾸 늘어만 가는데 가버린 시간도 옛사랑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울적했다.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 때에는 허허한 공간을 향해 한바탕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그럼에도 마음이 진정이 안된다면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산길을 걷는 것이 최고의 묘책일 것이다. 오늘 내가 바로 그랬었다.

 

산행 일시 : 2010. 2. 15(월)

산행 코스  : 영보성당~북봉~405봉~삼봉산~시궁산~쉼터~백암도예(원점 회귀)

산행 시간 : 약 3시간 30분

누  구  랑  : 절친한 산 친구들이랑...

 

 

영보 성당 카페 쿰에 차량을 주차시켜 놓고 산길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성당에 왠 카페?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주차공간이 넓어 좋았다. ▼

 

 

간단히 산행 준비를 마치고 산행 들머리를 찾아 나섰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충 들머리로 생각되는 성당 왼편쪽을 따라 올라섰다. ▼

 

 

러셀이 안된 눈길을 걷기가 힘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눈이 쌓여 있을 줄은 미처 몰랐었다. 더구나 오늘은 가벼운

야산 산행이라 생각하고 스펫치도 준비하지 않았었다. 또 다시 나 자신의 경솔을 자책해보지만 그것이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그 위로 솟아 난 가시덤불을 헤치며 겨우 겨우 임도에 올라섰다.

 

막상 임도에 올라섰지만 그 흔한 길라잡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산꾼들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우측 길을 따라 걸어

나갔지만 한 참을 걸어도 산행 들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되돌아 와 산길 같아 보이는 능선으로 향했다.

스펫치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와 발이 시려왔다. 오늘 산길도 결코 만만치 않은

산길임을 예고해 주는 듯 했다. ▼

 

 

산길 아닌 산길을 따라 겨우 겨우 능선에 올라섰다. 정초부터 모진 알바를 한 셈이다. 돌이켜 보면 아까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되돌아 온게 화근이었다. 계속 더 진행을 하였다면 능선에 오르는 길이 나올 법 했었다. ▼

 

 

삼봉의 북봉(제1봉)에 오르니 편의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눈 쌓인 둥근 의자에 앉아 일단 간식부터  챙겨

먹었다. 물론 막걸리도 한 잔 했다. ▼

 

 

다시 발길은 삼봉의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눈 덮인 능선에는 이름 모를 겨울짐승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이 발자국을 보노라니 문득 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모여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토끼몰이를 즐겼던 추억이 되살아

났다. 아, 옛날이여~!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 그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해발 418m의 삼봉산 제일봉이다. 정상석에 새겨져 있는 글씨는 희미해서 잘 알아볼 수 없었으나 정상에서의

주변 조망만은 시원스럽게 확 트여있었다. ▼

 

 

 

 

우리는 다시 시궁산으로 향해야 한다. ▼

 

 

다시 삼봉산의 찬 공기를 가르며 시궁산을 행해 질주했다. 능선을 질주하는 동안, 시절도 없이 울어대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청승맞는거 같았다. ▼

 

 

시궁산 가기 바로 직전의 봉우리에 올랐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숨고르는 시간을 갖었다. ▼

 

 

해발 514.9m의 시궁산의 정상이다. 정상에서 지나 온 능선을 되돌아 본다. 삼봉산의 능선이 아득하다. ▼

 

 

산행을 하나의 의식이라고 간주할때 정상에 이르면 이미 의식의 핵심은 통과한 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산행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의 뜻은 늘 자연 앞에서는 겸허해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산의 규모에 비해서 정상석이 육중하고 제법 품격이 있어 보인다.▼

 

 

정상석의 한쪽은 이렇게 한글로 표기되어 있었다. ▼

 

 

시궁산은 이곳에 "시궁"이라는 연못이 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 연못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였다고 해서 "신선봉"이라고도 부른다. ▼

 

 

 

시궁산의 또 다른 정상석이다. 이렇게 훌륭한 정상석이 있는데 왜 또 정상석을 새로 설치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

 

 

이제 하산 길이다. 하산 길 역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계절이다. 따라서 이번 계절의 백설산행은 그만큼 힘이 든 산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힘든 만큼

설화와 심설산행의 매력은 영원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백암도예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

 

 

오늘 산행은 워낙 일찍 출발하고 산행시간도 짧았기 때문에 하산한 시간도 빠를 수밖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정오가 채 안된 시각이었다. 오늘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귀성객이 몰려들면 그렇잖아도 휴일이면 몸살을 앓고

있는 영동고속도로가 대 혼잡을 이룰 것 같았다. 따라서 뒷풀이는 집 근처에서 하기로 하고 서둘러 차를 몰고 안양으로

돌아왔다. 아래 사진은 눈의 무게에 힘겨워하고 있는 정원수들의 모습이다. ▼

 

설 연휴 마지막 날에 기꺼이 산행에 동참해준 여러분들의 마음 하나 하나를 가슴에 간직하고 활기찬 한 주를

시작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