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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靈山), 소백산을 찾아서...

 

오늘은 어느 산을 찾아 가야하는 것일까?

예측 할 수 없는 삶의 여정 속에서 6월의 첫 주 산행은

덕유산 종주를 포기하고 소백산을 선택해 버렸다.

 

덕유산을 찾은 산 가족들은 아무 때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소백산을 오르는 산 친구들은 잘해야 한 달에

한번 밖에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땅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로서는 달리 선택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소백산 철쭉축제의 유혹 때문이었을까?
오늘 소백산행에는 실로 많은 산 친구들이 쇄도하여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두 대의 관광버스를 임차하였다고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일행이 출발하는 사당 역 주변에는 우리 차

외에도 소백산으로 향하는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휴일아침이어서 인지 우리를 실은 관광버스는 비교적

시원하게 소백을 향해 달려줬다. 어느 틈에 죽령에 다다른다.

소백산의 허리를 구불구불 감돌아 흐르는 아흔 아홉 구비의

죽령은 그 옛날 과거 길에 오른 선비들의 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라 전해진다.
소백산!
한민족의 정기를 한껏 모아 동해안을 따라 남진하던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내륙으로 방향을 꺾은 후 한반도의

중심에 우뚝 솟은 산,, 장백, 태백과 함께 진정 민족의 영산으로

추앙 받고 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소백산....하얀 눈을 머리에 이어 소백산이라 하였던가?

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6월... 지금 우리는 장쾌한 순백의

설원대신 분홍빛 구름이 일제히 일 듯 다투어 피는 철쭉들의

군락과 깨알같은 미세한 꽃들이 펼치는 천국의 초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를 끝내고 무더운 초여름 날에 수많은 무리들의 틈에 끼어

비로봉을 향한다. 비로사를 지나  비로봉에 오르는 구간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비좁은 등산로에 오르는 사람.
내리는 사람들로 발 딛을 틈조차 없어 짜증이 나지만

참기로 한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에 몹시도 허기진 대지에 한바탕 바람이라도

할퀴고 지나가면 뽀얀 흙먼지가 일며 짜증은 극에 달하고 만다.

이런 산행조건 때문에 오늘은 부지런히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후발주자들을 기다리기 위하여 잠시 쉬기라도 할라치면

그야말로 인생이 그곳에서 멈춰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이다.

비로봉 정상 기백미터를 앞에 두고 펼쳐지는 주목들의 자태에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저 아름다운 주목들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데..........

 

이제 우리 인간들은 저들을 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인지 암 치료라는 한 낱 인간의 욕심만을 위해서 또다시

무자비하게 주목들로부터 항암물질을 추출해 낸다고 한다.

산행시간 두시간여만에 주봉인 비로봉에 오른다. 국망봉과

더불어 이름 값이라도 톡톡히 해내는 듯 엄청나게 넓은 조망을

가진 산,,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광활한 초원,,

그 넓은 초원을 가득 매운 이름 모를 풀과 꽃,,,,,,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기대했던 철쭉들의 황홀한 잔치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었다.


다만, 늦게 피어난 철쭉꽃들이 부끄러웠던지, 서러웠던지

산 정상을 강타하는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몹시도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경상도와 충청도의 산야를 동시에 내려다보면서 산행을 

한 탓일까? 세상은 참으로 넓고 가야할 산은 아직 많다는

것이 새삼 뼈에 사무치도록 절절하게 느껴져 온다


상수리나무의 긴 숲 터널을 빠져나와 천둥리로 하산한다.

정상에서 만난 충청지역의 님들, 그리고 하산 길에 반갑게

만난 동균이와 사치로에서 우리에게 늘 신선한  웃음을

선사해 온 갱남 아줌을 비롯한 부산의 여러님들과의 만남,

참으로 소중한 만남이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욜 아침이다.

이제 보이지 않는 세상, 보이지 않은 사람들을 그

리워하며 불현듯이 외롭고 그 외로움으로 소리를 질러

봅니다.
아, 그 소리가 터져 나가서 메아리로 되돌아 올 것인가?

또다시 나는 다음 산행을 준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