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문학세계/산행(여행)기 모음

분단상황의 현장, 고대산

 

 

열차여행!!
유년기의 아픔과 아름다운 추억들이
동시에 묻혀있는 고향 땅이 떠오르며, 떠나 보내는

사람을 아쉬워하고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설레 임이 있는 공간....이것이 열차와

그 여행의 낭만이다.

 이른 9시20분 의정부역, 오늘도 12명의 산 가족들은 다소의 우여곡절을 거쳐
분단상황

의 현장인 고대산을 찾아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산꾼들의 얘

기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차창너머로 펼쳐지는 텅 빈 늦겨울 들녘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길라 치니 어느새 열차는 더는 달릴 수 없는 빨간 벽돌로 단장한 신탄리역에 머문다.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경원선 철도의 남쪽 종단점 신탄리역, 이제 철마는 더 달릴

수 없단 말인가? "we want to be back on tract"


 그러나, 철마는 달리고 싶다. 어서 빨리 남과 북, 사이의 끊어진 레일을 연결하여 시

원하게 달려보고 싶은 마음은 필시 오늘 고대산을 찾은 우리 일행만의 마음만은 아닐 것

이다.

고대산, 일반에게 개방된 지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산꾼들의 행렬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커다랗게 세워져있는 관광 안내도를 바라보며 비교적 힘들어 보이는 제2등산로

로 올라 제3등산로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초입부터 주종을 이루는 침엽수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급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한 주일 내내 정을 나눴던 알콜들이 땀방울로 변하여
쉴새없이 쏟아져 내린다. 다소 가

파른 오르막이 몇 번이고 반복된 듯 싶더니 어느새 칼바위 능선을 지나 중대봉에 이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산악구보를 하듯 줄기차게
달려온 나였기에 후발 주자들이 도착하기

에는 40여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보고 목을 추겨 갈증을 푼 다음, 능선

좌우를 관망해 본다.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이 삭풍대신 훈풍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고 멀리 양지바른 장소 곳

곳에서 뿌연 황사사이를 뚫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이곳 경기의 최북

단에서는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산 정상에 올라 싱그러운 봄 내음을 듬뿍
전해줄 것이라는 약속을 못 지켜주는

것 같아 내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때마침 즐거운 산행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받고 보니 더욱 그렇다.

 예측대로 정확히 40분 늦게 일행이 도착하여
준비해온 간식거리 및 막걸리로 허기를 채

우고 정상인 고대봉에 오른다. 정상 가까이서 약속보다 다소 늦게 도착하신봄향님 내외분

과도 합류하게 되고.......

 산 정상에서 마땅히 내려다 보여야 할
광활한 철원평야, 고요 속에 파묻혀 버린 북녘

땅, 초병들의 조심스런 움직임만 감지되는 철책선.. 그러나 오늘은 때마침 날아온 황사현

상 탓에 시원한 조망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념셔터를 누르고 제3등산로를 택하여
하산 길에 오른다. 급경사가 계속되는 하산 길은

낙엽과 녹아 내린 눈과 얼음, 황토가 뒤범벅되어 우리일행을 괴롭힌다.

 엉덩방아를 찧는 듯 싶으면 4~5미터까지 미끄러져
나가떨어지고 다시 일어났다가는 또

다시 넘어지고 그러는 사이에 온몸은 진흙 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황토가 아닌 백설 위에서

만 넘어졌다 해도 이다지 괴롭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나마 하산 길에 얼음과 하얀 눈으로 뒤덮인
표범폭포(매 바위폭포?)가 있어 위안을 준다.

시원한 물줄기를 마음껏 뿜어내지는 못 하드래도 녹은 눈이 폭포수가 되어 그런 대로 보기 좋

게 쏟아지고 있다.


 폭포 옆, 높은 벽 언저리에서는 사람이 일일이 도구를 이용하여 다듬어 놓은 듯이 가지런한

직벽 상태의 모습이 한 폭의 벽화를 연상케 한다. 이제 자연과의 만남 뒤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사람과의 만남인 뒤풀이 순서다. 투명한 비닐하우스로 급조한 어느 주막에서 먹어본

오리구이의 맛은 다소 힘들었던 오늘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01. 3. 18

 

 

 




 

 

'나의 문학세계 > 산행(여행)기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봉산과의 하루  (0) 2009.01.28
치악산..  (0) 2009.01.28
가리산, 황홀한 신록의 찬가  (0) 2009.01.28
관악산 육봉능선...  (0) 2009.01.28
산정호수, 그리고 명성산  (0) 200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