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거창하게 한 시대의 애환까지는
노래할 수 없었다손 치자,
이유 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하여 부드러운 언어로 희망과 꿈을
심어 주려는 작은 노력이라도 있었는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그리움에 지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체념이라는
서러운 결심을 하고 마는
안타까운 연인들을 위하여
따스한 사랑이 전해지는 메시지가
되지도 못했었다.
이럴 땐 차라리 펜 사라를 집어던져
버리고 말았어야 했다.
그랬었다.
살아온 흔적이나 남기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고집스럽게도
내 소유의 영역만을 넓히기 위하여
동분서주했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아무리 글의 의미가 반감되는
디지털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또한 나였다.
어제처럼 비 오는 날에도
비에 젖을 줄 모르고 회색병동의
밀폐된 병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창 밖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 몇 마디의 글이라도 좋다.
좀더 진실 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주며
우리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언어들을
찾아냈어야 했었다.
중국 민항기 김해추락!!
분명 빗속에 전해지는 슬픈 뉴스였다.
졸지에 유명을 달리한 영령들은
이제 젖고 싶어도 젖을 수 없다.
산성비라고 무서워 말자,
몸이 좀 젖으면 어떠랴,
갑작스런 비보에 오열하는 유가족들과 함께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아 내리고 있는데........
밤하늘에 찬란하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가슴에 안아본다.
이 땅에서 공존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운 빛으로 남게 해달라는 작은 기도가
이뤄질 때 비로소 내 펜 끝은
유연해질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자신이 없다.
우리를 지배하는 불의의 권력과
졸부의 교만 앞에 당당히 맞서
펜 끝에 강한 힘이 들어갈 날이
오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