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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힘증....

 

어젯밤, 외출 나갔다 막 돌아온 마눌이

"당신, 오는 29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라고 물어온다.

공사가 다 망해 버리는 판국에(공사다망을 이렇게 말함)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결혼기념일을 환기시켜

주기 위해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나, 핸드백이 너무 낡아서......."

당연히 결혼기념으로 하나 사달라는

다소 협박적(?)인 말투에 다름 아니다.

휴일에 편안한 마음으로 산을 찾아 나서려면

설령 그것이 내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일지라도

그동안 나는 맹종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핸드백이 도대체 얼만데?

한 5만원 정도면 살수 있나?"

내가 배 채워 라는 듯이 던진 말이다.

"저도 가격은 잘 모르니까

언제 백화점에 함께 가서 보도록 해요?"
가격 대를 훤히 알면서도 능청맞게 둘러치는

마눌의 몰염치이다.

이렇게 해서 금년 결혼기념일에도

꼼짝없이 나의 애지중지하던 비자금은
누수가 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도대체 결혼기념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남자가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뭘 해줘야 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연유되었는가?

물론 이런 중얼거림조차도 어디까지나

마눌이 쉬이 접근할 수 없는 475낙독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어쩌다가 마눌이 알게되는 날이면

나는 휴일등반이 문제가 아니고
그야말로 중상 아니면 사망이다.

그러나 중얼거림은 계속된다.

죽어라 고생고생해서 벌어 대지만

내 손으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꼬박꼬박
은행계좌로 빨려 들어가고 마는 봉급,
사정이 이럴진대 무슨 돈으로 핸드백을

사달라는 것일까?

혹시 마눌이 눈치라도 챈 것은 아닐까?

비자금의 실체를 말이다.
작년여름, 빙부님께서 작고하셨을 때

참으로 고맙고도 지혜로운 우리 직원들이
부의금의 일부를 공식접수창구에 접수시키지 않고

내게 직접 전달해 줌으로서
어렵사리 조성된 자금이 아닌가?

암튼 이 비자금 건은 어떤 위기상황 하에서도
마눌에게 절대 말하지 않고 무덤까지 갖고 가리라...

결혼기념일,
작년의 화장품세트에 이어

금년에는 한 수 더 떠서 핸드백이라니......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마눌의 선물 밝힘 증세,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핸드백선물과는 별개로

진정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 담긴 메시지를 기꺼이 전해 주리라....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만난 세월, 어언 20년!!
참으로 참으로
빠른 물살 되어 흘러 왔습니다.

길고도 힘들었던 가시밭길,
총총히 지나쳐 온 당신이지만
거울 앞에 혼자일 땐
그리도 두 볼이 젖어오더이다.

편견 어린 욕심이 사라져간 지금
비로소 당신을 느낍니다
그대의 성스러운 눈물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 맑고 명랑한 이 아침을
당신께 모두 드리고
나는 당신의 부드럽고 온화한
달빛저녁을 받겠습니다.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당신의 영원한 아름다움과
변치 않은 사랑을 위하여
다같이 잔을 치켜올립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