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준비하지 마세요,
젖는 것이 두려워서
우산을 활짝 펴 보지만
힘만 빠지고 몸은 젖기 마련입니다.
비는 내리지만
가냘픈 허리 다 휘어지도록
나부끼는 바람 앞엔
더 이상 우산일 수 없습니다.
우산은 노도와 같은 바람이
사랑이란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소멸되고
잔잔한 강물의 흐름위로
그리움을 담은 빗물이
조금씩, 조금씩 보태질 때만 우산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줄기차게 괴롭혀왔던 재앙과도 같았던
악몽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눈물이 되고, 빗물이 되어
그대 머리위로 흘러내리는 동안만
사랑입니다.
아, 사랑의 조건은 까다롭기만 합니다.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엔
사랑도 없습니다. 바람이 우리의 사랑을
할켜버리고 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