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탄자니아.사파리 여행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는 내게 있어서 "버킷 리스트 1호"일 정도로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곳이었다. 언젠가는 한 번 꼭 찾으리라 생각하고 수년 전부터
시도했었지만 뭔지 모를 불안함 때문에 매번 주저했던 곳이기도 하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오늘 보다 더 나은 기회는 앞으로 없을지도 모른다. 더 늦추면
인생 한 방에 훅 갈수 있다." 라는 우려가 귓전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때맞춰 지인들의
권유에 "그래, 인생 뭐 있나."싶어 무작정 지르고 본 것이 이번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킬리만자로 등정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별편에서 상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이곳에
서는 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의 이모저모, 그리고 TV "동물의 왕국"에서만 보았던
사파리 여행에 대하여 포스팅해 보기로 한다.
그럼 국가별 개요를 살펴보자. 먼저 케냐이다. 케냐는 총 면적 582,600k㎡로 국토의
대부분은 사바나 지대이며 적도 아래 위치하지만 해발 1,700미터의 고원에 위치하여
연평균 기온이 20C 정도이다.
계절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보통 4월 5월에 걸친 대우기를 지나면 겨울이 온다. 11월
에 소우기를 지내면 여름을 맞이한다 .인구는 약 4000만명이며, 이중 한국인은 약 900
명으로 선교사를 제외한 순수 교민은 400 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도는 나이로비로 마사이족 언어로 "찬물이 솟는 곳"이라는 뜻을 지녔다. 평균 수명은
57세라고 한다. 다음은 탄자니아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 1,000m의 사바나 고원지대
인 탄자니아는 인구 5900만명에 945,000㎢의 면적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이 그러하듯 탄자니아 역시 출생율이 매우 높아 국민의 약 1/2이 15
세 미만이며 평균수명은 52세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고작 4% 라고 하니 고령사
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15% 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7월31일(수) 21시, 인천공항에 집결하였다. 8월1일(목) 새벽 1시에 이륙한 EY873 여객기는
그로부터 만 10시간 후에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다시 우리는 나이로비로 향하기 위해 국제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환승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들이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약 5시간을 비행하여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얘기이지만 아부다비에서 나이로비로 오는 동안에 내겐 평생 잊지 못할 해프닝
이 하나나 있었다.
항공기의 이륙 준비가 한참 진행될 무렵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뛰어 온 아프리카 흑인
한 사람이 바로 내 옆좌석에 탑승하게 됐던 것이다. 순간, 나는 구토증세를 느낄 정도로 역
하게 사람 냄새에 시달려야 했었다. 물론 착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사는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냄새였다.
평생 사람 냄새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게 그 분이 처음으로 선사한 냄새는 너무 잔혹했었
다. 물론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절대 아님을 밝혀 둔다. 하지만 냄새는 역했다. 그 이후 나는
5분이 멀다하고 시간을 확인해야 했다. 어서 빨리 나이로비에 도착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무사히 나이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지난 한 순간 진중하지 못한 나의 태도에 대해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몸도 마음도 세계화가 한 참 덜 된 사람이 분명했다. 외국
인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 한국인들도 마늘 냄새 같은 것이 많이 풍긴다고 하니 이 얼마나 부
끄러운 일이었던가.▼
나이로비 공항을 빠져 나오니 케냐의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모여서 차량을 기다리는
듯했다. 멀고도 먼 아프리카 땅에서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항공기에서 있
었던 부끄러운 헤프닝 때문인지 나는 어느 새 학생들을 사랑의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지금 내 마음
이 그랬다. 자~ 이제부터라도 기왕 이런 저런 나라들로 훌쩍 떠나 왔으니 어색한 시.공간에 문
을 두드리고 그들의 삶에 잔잔히 녹아들어 보기로 하자.▼
나이로비 공항에서 우리는 곧바로 버스를 타고 탄자니아로 이동해야 했다. 케냐의
광활한 땅을 누비며 버스가 달리는 순간, 전개되는 창밖의 풍경들을 보면서 한 눈에
이 나라는 농업 대신, 목축업이 주 산업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다 가는 짐승이 있었다. 그 짐승은 좋은 풍경을 늘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곳으로 데리고 와서 일생을 오손도손 살다가 살
다가 죽어갈 것이다.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다. 하지만, 지금 밖의 풍경을 보니 더더욱 그럴 것만 같
았다. 케냐인들의 생활고와는 별개로 그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나이로비 공항을 출발한지 서너 시간쯤 됐을까? 우린 탄자니아와의 국경지대에 도착했다.
이곳은 말하자면 케냐와 탄자니아 양국가의 출입국 관리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사진
속의 건물이 바로 출입국 관리소이다.▼
이제 탄자니아 땅이다. 케냐나 탄자니아나 이렇게 달려보면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나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모습에서, 자연의 풍경에서
광활한 땅을 뛰노는 짐승들을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탄자니아에서 만나는 제법 큰 산이다. 혹시 이 산이 킬리만자로? 그러나
혹시는 역시였다. 물론 킬리만자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부터는 천신만고 끝에 킬리만자로 등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하산해서의 여행 기록들
이다. 모두들 기분좋은 표정이 역력하다. 사진은 오늘 밤 호텔에서의 킬리만자로 등정 자
축연을 준비하기 위해 탄자니아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들이다.▼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도 인생 별거 없더라. 오랜 벗 손 마주잡고 좋은 풍경 보면서
남의 나라 음식, 입에 맞지 않아도 한 번 먹어보고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 풀어내다
보면 그저 그게 좋은 거지 여행 뭐 별거 있나, 한 번 가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모두들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나 또한 이런 마음이었다.▼
거금 50달러,우리 돈 60,000원 남짓... 우리 일행 9명이 과일이다. 맥주다. 음료수다 해서
시장에서 지출한 총 예산이다. 물론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싫것 먹고도 모자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50달러의 행복, 바로 그것이었다.▼
탄자니아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케냐로 돌아왔다. 사파리 여행을 하기 위해서이다.
사파리 여행에 앞서 마사이족의 거주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까지에는 비포장
길인데다가 주변이 사막이나 다름없는 황무지여서 많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와야했다.
날씨마저 무척 무더웠다. 물론 차량의 에어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여행에
서의 마지막 고통인 듯했다. 참고 또 참았다. 마음 속으로는 "이 또한 지나가리다." 라고
수없이 외치면서....
마사이족은 동부 아프리카에 있는 케냐와 탄자니아의 건조한 초원지대에 살고 있는
종족이다. 흑인종에 속하며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평균 173cm의 큰 키에 고수머리
이다. 더운 날씨에 먼 길을 흑먼지를 쓰고 와서인지 일행들 모두가 흥이 없어보였다.
원주민들의 생활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보였다. 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났으면
하는 듯했다. 그만큼 힘들고 지쳤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여행은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을 찾아나서는 일이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는 사람은 온전히 그 책을 다 읽게 되지만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그 책의 첫 페이지만 읽은 것이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낯설고 어색한 첫 여행지인 것이다.▼
"먼지의 악마"라는 명성대로 이 지역 방문시 반드시 마스크나 스카프는 필수이다.▼
원주민촌을 벗어나 사파리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가 찾게되는 곳은 암보셀리국립공원이다.
나이로비에서 약 230km 떨어진 유명한 만년설의 킬리만자로 영봉을 배경으로 3,200㎢에
펼쳐진 국립공원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동물은 기린떼였다.▼
습지에서는 코키리와 하마들의 모습도 보였다.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평소의 나의 인식과는
달리 일단은 모두가 평화스러워 보였다.▼
조금 전까지 대지를 밝게 비추며 이글이글 작열하던 태양이 지고 난 후의 고요와 적막,
우린 절로 다음 날의 일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내일도 태양은 떠 오르듯이 우리들의
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 다음 생으로 이어질 것이다.동물들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해가 뉘엿뉘엿 서쪽 방향으로 지고 있었다. 마음이 평안해졌다. 서쪽엔 틀림없이
고통이 없는 시원하고 안락한 세계가 있을 것 같다. 수평선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
고 있노라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 같았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것이 노을이 된다고 한다. 놀빛이 붉으면 붉을수록 죽은
사람들의 한이 많다는 뜻일 게다. 달은 떠오르는 달이 아름답고 해는 지는 해가 훨씬
좋다.
지는 해를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선 함성을
지를 수도 뭐라 지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뉘엿뉘엿 지는 해 앞에서는 차마 입을 벌릴
수 없다. 지는 해를 따라 나도 모르게 무거운 침묵의 세계에 잠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은 자연이라기 보다 차라리 정신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마음을 도드라지게 하는
풍경은 얼마전부터 보기 힘들어진 여인을 떠올리게 하였다. 흐릿하고도 아슬아슬한 저녁
햇살의 물결이 도착했다.
바람이 말을 붙인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는 눈을 맞추기만 해도 눈속으로 번져
들 설렘과 환상으로 가득 찬 사람이 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렇다."
저녁놀에 빛나는 만년설의 킬리만자로는 진정 아름다웠다.▼
멀리 하이에나가 보인다.▼
일단 첫날 사파리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내일 사파리 여행은 물론
오늘과는 다른 코스에서 진행된다. 사파리 여행의 첫날을 마치고 오늘 투숙하게 될 롯지
로 귀환했다.▼
.
오랫동안 가만히 귀 기울이면 방랑에 대한 동경은 그 핵심과 의미를 드러낸다. 모든 길은
집으로 나 있다. 그러나 여행하는 순간은 모든 걸 다 잊어야 한다.▼
오늘 투숙하게 될 롯지 앞이다. 말이 롯지이지 공원 내에 있는 최고급 암보셀리 호텔이다.
모처럼 오늘 밤은 숙면을 취할 것만 같다. 아무리 원숭이떼가 몰려들어 취침을 방해한다
해도 편안한 밤이 될 것 같다.▼
동물의 왕국에 와 보니 내 생에 있어서 나와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 동안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외로웠고 넘치지 않을 만큼 행복했
다. 갑자기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한 순한 동물의 슬픔이 감지했다.
제 의지대로 살지못할 뿐아니라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삶의 넋두리조차 소유권을
주장하는 인간에게 쏟아낼 수 없는 가려운 생명의 묶인 운명. 그러나 이곳의 동물들
은 행복해 보이기만 했다.▼
갑자기 사파리 차량의 무전기가 요란스러웠다. 운전자는 황급히 차를 몰았다. 수많은
사파리 차량들이 모여들었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사자 가족이 이동하는 현장이었다.
어미 사자를 필두로 총 4마리의 사자 가족이 이동하고 있었다.▼
사파리 투어에서는 이처럼 수 많은 차량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이동하면서 맹수들이 출현하거나
특이 사항이 있을 시 맨 처음 발견한 차량의 운전자가 무전기로 여러 사파리 차량의 운전자들에
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사파리 투어의 관광객들로 하여금 만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여러 대의 차량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다소 위협을 느꼈던지 사자떼들이 황급히 달아나고 있었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이 모든 상황들이 바로 눈 앞에서 전개된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얼룩말과 누우떼들이 한데 엉켜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저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다가도
어느 순간 맹수들이 나타나면 혼비백산 줄행랑을 칠 것이다. 그러다가 제수가 몹시 나쁜 어떤 동
물은 오늘로써 최후의 운명을 맞기도 할 것이다.▼
사파리 여행을 끝내고 다시 나이로비 시내로 왔다. 나이로비는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 시내의 모습들은 마치 우리나라 60년대 초반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극도
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사진은 나이로비 시내에서 어느 목동이 염소떼를 몰고 가는 모습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수
도에서 이런 상상도 못할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
나이로비 시내로 들어올 무렵, 차량의 심한 정체로 인하여 무더위와 함께 악마와 같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도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너무 배가 고파 우린 숙소로 가기 전에
늦은 점심을 먹고 케냐가 자랑하는 소위 쇼핑센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이곳 쇼핑시설 만큼은 A+을 주고싶을
정도로 제법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숙소인 사파리팍 호텔에 왔다. 아프리카 10대 호텔에 속하다는 이 호텔은
우리나라 파라다이스 그룹의 고 전낙원 회장이 설립한 호텔로 현재는 주인이 외국계로 변
경되었으나 호텔 경영은 한국 사람이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경내의 면적은 무려 30,000 여평에 이른다고 하며 수영장, 헬스장,컨밴션 센터 등
다양한 시설들이 즐비하다. 저녁 시간에는 악어, 칠면조, 낙타 요리 등 고급 식사와 곁들
어 아프리카 특유의 역동적인 쇼를 관람할 수가 있다.▼
. 내 나이도 이제 칠십을 향해 한살 한살 세월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
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물들이고, 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
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그럼에도 이렇게 먼 이국 땅에서 포즈를 잡고 있음에 아직 살아갈만한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케냐. 탄자니아에서의 모든 여행일정이 마무리 되고 이제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앞으로 다시는 오기 힘들 것 같은 나이로비 공항, 이곳에서
우리는 아부다비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사파리 투어에서 사자가 출몰한 현장을 동영상으로 엮어보았다.▼
TV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파리 투어의 생생한 현장을 잠시
편집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