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서울둘레길

서울둘레길 제8-1코스

*산울림* 2018. 11. 6. 22:39



 임종을 앞둔 암 환자들이 가장 통렬하게 깨닫고 뉘우치는 삶의 덕목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 더 겸손했더라면, 보다 많은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죽도

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마음껏 여행을 떠났더라면 등이

라고 한다. 정말이지 구구절절 회한이 서린 후회들이다. 이것은 비단 임종을 앞둔

분들만 느끼는 후회는 아닐 듯하다. 지긋한 중년들에게도 의당 해당되는 것이리라.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가? 나는 행복한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육신의 나이테가 늘어 갈수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은 평정심을 잃는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의 궤적을 떠올리며 허탈해지고 예전에 없던 불안함과 두려

움이 자주 엄습한다. 지금껏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내가 살아 온 이유와 살아갈 이유

들이 마구 흔들린다.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것 처럼 다시 새롭게 앞으

로 살아 갈 뜨거운 용기를 가슴 뭉클하게 받아들이자. 때는 바야흐로 엊그제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벌써11월이다.


 오늘 걷는 서울둘레길 8코스는 7코스 종료 후, 무려 2년 7개월 여 만에 걷는 길이다.

그 동안에 무엇이 그리 바빴다고 태만도 이런 태만은 없다. 이 세상은 모두 다 씹고

소화하여 입에 넣어주어야 받아먹는 안이하고 게으른 독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데...

 






트레킹 일시 : 2018. 10. 31(수)

트레킹 코스 : 구파발역~ 구름정원길~엣성길구간~ 평창마을길

소 요 시  간 : 약 6시간







오늘 출발지점인 구파발 3번 출구 앞이다.▼






북한산 둘레길 길라잡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땅바닥에도 이렇게 서울둘레길 길라잡이가  있다. 앞, 뒤, 좌, 우는 물론이고

땅바닥까지도 세세히 관찰하면서 걸어야 한다. 그렇잖으면 이른바 알바(헛돌

이)를 하기 십상이다.▼





아파트군 사이로 북한산 족두리봉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구기동 방향이다.▼






"걸을 때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북한산 둘레길 구간은 이정표들이 이렇게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다.

북한산 둘레길, 서울 둘레길, 은평둘레길은 따지고 보면 거의 같은

코스인데도 굳이 따로 따로 설치해둬야 하는 것일까?▼



이 생각 저 생각에 사로잡혀 걷다보니 어느 새 엣성길 구간이 마무리 되었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긴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바라보면 그것은  

아득한 그리움이자 설렘이었다. 어쩜 슬픔이고 아픔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한 사랑이고 희망이었다.


 물론 따스한 어머니의 품 같기도 했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아름

다웠던 생의 한 순간이었다. 이런 저런 상념 속에 편안한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 새 구름정원길 구간이었다.







 바로 저기 횡단보도 앞에서 서울둘레길은 갑자기 미아가 되고 말았다.

이곳 저곳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저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사실을 알았

다. 둘레길 시그널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북한산의 모습이다. 좌로부터 순서대로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다.▼














서울둘레길은 이제 엣성길을 지나 평창마을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평창마을길은 글자 그대로 마을길이어서 그런지 삭막하고 무미건조했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산밑 마을길 옆에 사찰이 있어서 그나마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 줄기 바람이 스쳤다. , 나뭇가지를  스쳐오는 바람결이 이토록 향기롭고 

감미로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




평창동은 역시 평창동이었다. 드라마에서 많이 들어 본  부잣집의 상징인

평창동, 여기 저기 호화 저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주택가 골목길에도 가을은 익어가고 있었다. 가을은 역시 화장을 지우는 여

인처럼 이파리를 떨구어 버리는 나무들 사이로 차가운 안개가 흐르고  전선

울리는 바람소리 또한 영명할 것이다.


 찬바람이 겨드랑이께를 파고들면 가스 불꽃이 바람부는대로 일렁이는 포장

마차에 앉아서 소주의 싸아한 진맛을 알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