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산죽회 대성산 탐방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대성산 가는 날이다. 대성산은 적근산. 화학산과 함께 겨울철 초입부터
이른 봄까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일기예보 시간에 기상 캐스터가 최저 기온을 말할 때 어김없
이 첫번째로 등장하는 산이다. 그만큼 이들 산은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낮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대성산은 아무 때나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고, 몇 년에 한 번꼴로 가끔씩 민
간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있다. 작년 겨울에도 이 산이 개방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북한 당국과
의 긴장이 고조되는 바람에 등반이 무산된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군 당국이 국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 산악회에서
는 곧바로 입산절차를 밟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대성산을 오늘 오르게 된 것이다. 대성산은
내가 3년 여의 군시절을 보냈던 부대의 예하부대가 위치한 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생활 당시에도 나는 대성산이 최전방에 위치하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직접 가 본적이 없다. 그로부터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시에도 못 올랐던
바로 그 산을 지금에서나마 오른다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여유시간이 있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입산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마치고 인솔장병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승리유격장 안내표지가
눈에 띄였다. 저 길을 따라 오르면 장병들이 그토록 힘들어 하던 유격장이 나타 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 시절에 바로 이곳 유격장을 다녀 간적이 있다.▼
보무도 당당히 길을 걷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연령을 초월한 열혈청년의 늠름함을 엿볼수 있다.▼
임도, 아니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군사도로를 따라 한 참을 걸어오니 곱게 물든 단풍들이
나타났다. 주변에 군 시설물이 없기에 마음 놓고 한 컷 땡겨보았다.▼
두시간 여의 산행끝에 드디어 대성산 정상에 이르렀다.▼
이곳 정상에 오르는 동안 단 한 차례의 휴식도 없었다. 그만큼 어서 빨리 대성산을 만나고
싶었으리라. 내 육신은 이미 땀으로 젖어있었다. 정상에 이르니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
어 주었다. 날아갈 것처럼 바람이 싱그러웠다.
간간이 들리는 그 바람소리마저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산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귓전만을 스치는 것이 아니었다. 저 뼛속에 묻은 먼지까지도, 핏줄에 섞인 티끌까지도 맑
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흐린 날씨이지만 멀리 한북정맥의 능선과 복계산이 보인다.▼
마을 뒷편에 5개 봉우리로 이어진 산군이 바로 북녘땅인 오성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