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굴업도(덕물산~연평산)

*산울림* 2016. 5. 2. 16:57


굴업도, 언제부터인가 그 섬에 가고싶었다. 그동안 갈 기회는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슨 일이 생겨 굴업도로 향하려는 나의 발목을 여지없이 낚아채버리곤 했었다. 이번 역시
그리 수월하게 떠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떠날 수 있게 되었다.

 5월은 메마른 가지에 안개같은 연둣빛 물감이 풀리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여행을 떠날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감성이 더 살아있을 때, 체력이 더 좋을 때 더 다니고 뭐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매번 새로운 그리움을 낳는다."는 말은 진리가 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보이진 않지만 내 안에 분명 존재할 것만 같은 on/off 스위치를 확실히 전환해

가며 사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여행 역시 그 방편 중의 하나이다. 오죽하면 일 잘하

고 불행하는 사람 보다 일은 다소 처지더라도  행복한 사람이 더 강한 승자라고 하잖은가?


 누가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 했는가? 몇 푼의 돈, 얼마간의 시간과 여유를 풀면 이처

럼 행복하기만 한데..여행은 모두 다 씹고 소화하여 입에 넣어주어야 받아먹는 안이하고 게으

른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서둘러라.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선 섬 여행이 최고다.





산행 일시 : 2016. 4. 30(토)~5.1(일)
산행 코스 : <첫날 : 덕물산~ 연평산>, <둘쨋날 : 개머리 언덕>
산행 시간 : 약 3시간 30분





연안부두 여객선 터미널이다.▼




연안부두에서 1시간 여만에 덕적도에 도착했다. 덕적도에서 약 2시간 머물다 뱃시간에
맞춰 다시 굴업도로 향하게 된다.▼



덕적도에 머무는 시간 동안 덕적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물론 덕적도는

예전에도 두어 차례 다녀 갔던 곳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굳이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담아 종이에 콕콕 눌러 쓴 편지는 진한 인간애가 묻어난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향하는 검푸른 바닷길은 엄청난 갈증으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검푸른 바다위로

숨 막히게 일렁거리는 파도는 흡사 덜 익은 젖가슴 같았고 바다는 슬픔으로 이그러진 여자의 얼굴 같

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실신한 채로 비를 맞는 여자같았다. 이 불쌍한 것에도 영혼은 있는 것 같

았다. ▼



 선단여 바위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덕적면 백아리에 있는 이 바위는 전하는 말에 의하

면 <덕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백아도에 노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노부

하루 사이에 모두 죽게 되었다.


 그러자 인근 외딴 섬에 홀로 외로이 살던 마귀할멈이 여동생을 납치하여 자기가 살고 있는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 후 십여년이 흘러 장성한 오빠는 홀로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다 풍랑을

만나 어떤 섬에 정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어여쁜 처녀를 발견한 총각은 사랑을 느끼게 되어 둘은 마귀 할멈이 없는 틈을

타서 사랑의 밀회를 즐기게 되었다. 서로 이루어 질 수 없는 남매의 사랑을 개탄한 하늘은 선녀로

하여금 그들의 관계를 설명해 주게 하여 알려 주었다.


 그러나 남매는 그의 말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죽는 편이 좋겠다고 고집하므로 하늘은 이들

에게 천둥과 번개를 때리게 하여 불륜의 관계를 맺었던 남매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놓았던 마귀

할멈을 모두 죽여 버리고 만다.


 그 후 그곳에는 세 개의 바위가 우뚝 솟아 올라 사람들은 이것을  '오빠바위', '누이바위', '할미바

위'라 하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선녀의 말을 믿지 못하고 고집하다 벼락을 맞아 선녀들이 너무 안

타까워 붉은 눈물을 흘리며 하늘로 올라간 곳이라 하여 '선녀단'이라 하던 것이


점차 변음되어 '선단여바위'로 불리게 되어 한자로는 '선대암'이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다는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받아들여야 바다가 되는 것이다. 또한 받아들인다는

것은 받은 만큼 드린다는 뜻이다. 바다는 모든 강물을 다 받아들인다. 강물이 바다에 섞이면

그 이름은 없어진다.


 그저 하나의 바다일 뿐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출렁거린다. 너그러운 품안, 그래서 바다는

구원의 모성(母性)이다. 그래서 "바다 해(海)에 어미 모(母)가 있는 것이다. 암튼 나는 오늘

툭 트여 아무것도 걸리적거리지 않는 바다를 볼수 있어 좋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은 토끼섬이라고 한다.▼







굴업도 선착장에 내려 오솔길을 따라 숙소로 향하고 있다.▼



굴업리 마을 어귀에 있는 표지석이다. 굴업리의 굴업은 땅을 파는 업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드디어 민박집에 이르렀다. 40 여명의 많은 인원이라서 우린 2개소의 민박집을

통으로 빌려 사용했다.▼



민박집 외벽에 붙여놓은 소위 "고씨 명언"들이다. 모두 재미있는 글귀였지만 특히나

제6번이 재치있고도 재미있었다.▼


이번 굴업도 여행에서 첫상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있고 독특한

산해진미가 밥상에 올랐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하기위해 목기미 해변으로 향했다.▼




굴업도의 날씨는 서울 보다 약 1개월 가량 늦게 봄이 온 듯했다. 따라서 여기저기에 산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화사하게 피어 난 핑크 빛 복사꽃이 그리

움에 지친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꽃들을 바라보았다. 봄마다 황홀하게 불태우는 사랑법을 새로이 가르쳐 주는

봄꽃들, 그 폭발적인 열정의 원천은 과연 어디일까? 그것은 필시 삼동을 얼렸던 핏줄이 한꺼

번에 풀렸기 때문일 것이다.


 꽃 피우는 일 하나로 목숨을 불사르듯 가지마다 줄기마다 온통 꽃을 피우고 선 복사꽃들의

격정이 내 마음에 드리운 현을 아프게, 아프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해발 138미터인 덕물산에 올랐다.▼





덕물산을 지나 연평산으로 향했다. 연평산은 비록 높이는 낮았지만
오르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해발 126미터의 연평산 정상이다.▼






사진은 코끼리 바위의 모습이다.가까이에서 보니 코끼리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 보였다.▼




연평산을 끝으로 첫날 산행을 마치고 이튿날은 아침 일찍 개머리 언덕에 올랐다. 개머리 언덕에는

말로만 듣던 사슴의 무리들이 평화롭게 뛰놀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이번에 촬영한 사진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퍼 온 사진이다.


분명한 것은 아래 사슴들의 모습은 모형이 아니라 진짜 꽃사슴이라는 사실(Fact)이다.▼



물론 아래 사진은 이번 여행 중에 촬영한 사슴의 모습이다.▼



개머리 언덕은 초원이었다.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그러나 바람은 강했지만 상큼한 바람이었다.
아, 개머리 언덕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바람.. 그 바람은 사람으로 하여금 한 없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바람이었다.▼


굴업도의 숲에는 질서와 휴식이 그리고 고요와 평화가 있었다. 숲은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안개와 구름, 달빛과 햇살을 받아들이고 새와 짐승들에겐 깃들일 보금자리를 베풀어준다.

숲은 거부하지 않는다.자신을 할퀴는 폭풍우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굴업도에서 피어나는 생명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것들이었다.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자연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 꽃가지를 스쳐오는 바람결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말만써도 다 못

하고 죽을 우리들..


그런데도 꽃과 새와 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정결한 기쁨을 우리에게 베풀어 준다. 아, 너의 있음은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가 아닌 절대적인 것이다.▼



연애편지를 읽을 때 청년은 급하게, 중년은 차근차근 노인은 읽고 또 읽는다. 책도 마찬가지

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마구 넘겨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열심히 밑

줄을 어가며 읽는다.


이번 굴업도 여행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는가? 그리고 저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으로만 봤는가, 아니면 밑줄을 쫙 그어가며 진정 마음으로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