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사진첩/구체구

꿈길처럼 아름다운 황룡 풍경구..

*산울림* 2015. 5. 11. 00:15

 

 

 홋카이도를 다녀온지 꼭 3주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여행은 늘 설렘과 즐거움이 수반

되고 새로운 그리움을 낳는다지만 이번 여행은 마음이 그리 가벼운 편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여행을 떠나는 이번 주가 "어버이 날"이 포함되어 있는 그런 한 주였기 때문이리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는 "Beautiful"도 아니고,  "Smile" 도  "Love" 도 아닌

바로 "어머니"(Mother)라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우리들의

어버이들 몹쓸 세상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판 고려장이 그 한 예다. 나이 든 어버이를 먼곳으로 여행가자고 꼬드겨서 그냥 놔두고

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버이들은 자식들을 찾아주려는 사람들에게 한사코 없다며

함구한다고 한다. 이 일로 혹여 자식들이 겪을 불편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서일 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시(詩)도 있다.「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었을까.」

 

 브레히트의 유명한 "나의 어머니"라는 시(詩)이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많이 먹어도 부모와

헤어지면 서럽고 외로운 고아가 된다. 나 역시 50줄의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모든 것이 너무나 애절하고 그립기만 하다. 함께 했던

시간들, 드럽고도 차분했던 음성, 따뜻했던 손길, 그 모든 기억들이 내 안에 녹아있다. 어머

니라는 이름은 불러도 불러도 다시 부르고 싶은 간절한 이름이다. 브레히트의 시를 읽고보니

어머니가 몹시 보고싶다. 

 

 함께 살을 비비고 살 때는 미처 몰랐었던 어머니의 여백이 내 인생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잉크

번지듯 나의 일상 곳곳으로 파고든다. 여행 길에 오르던 날, 엄마가 몹시 보고싶어서, 나만 떠나

는 여행이 너무 미안스러워서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나직히 사랑의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 지켜봐줘.. 언제까지나 자랑스러운 당신의 아들로 살테니.. 그리고 여행 잘 다녀올게."

 

  이 세상의 모든 슬픈 것들은 어머니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필시 밥 보다 눈물을 더 많이 먹

었을 내 어머니, 눈을 감으실 때의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어머니의 그 모

습만 떠올리면 결코 죽음이 무섭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죽음은 곧 평화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나 책, 여행 만남을

통해서 성장하고 형성된다. 아직 나는 늙었다고까지 말하기는 다소 민망하지만 더 이상 질 수

없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도 여행을 떠난다. 어머니를 그리면서 여행을 떠난다.

 

 

 

 

어젯밤 8시 1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이곳 시간으로 12시 30분 경에 성도 국제공항에 도착

했으니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이튿날인 02시가 다 돼서였다. 사진은 우리가 첫날과 마지막 날에

묵게 될 성도 글로리아 호텔의 모습이다.▼

 

 

사진은 우리가 묵고 있는 글로리아 호텔 주변의 온강(溫江)공원에서 중국인들이

아침 운동(중국식 무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건강은 이 시대 최고의 화두가 되고있다.▼

 

 

이번 여행의 첫일정은 이른 새벽 5시에 기상해서 황룡 풍경구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바쁜 일정상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성도를 출발한 지 두어 시간 만에

맞이하는 풍경이었다.

 

사진은 접계해자라는 곳이다. 해발 고도 4000미터에 위지해 있는 대형 호수로, 1933년 대규모

의 지진으로 인해 5개의 마을이 100m 이상 아래로 가라앉아 호수로 변했다고 한다. 호수 끝부

분에 있는 산의 정상에 하얀 눈이 있어서 운치를 더해 주었다.▼

 

 

접계해자를 출발하여 1시간 여만에 송판고성에 도달했다. 송판고성은 당나라 시절 토번국의 주요

도시로 과거 송주라 불리던 도시이다. 이곳에서는 과거 고성(古城)과 다양한 송주시대의 건축물을

경 할 수 있다.▼

 

 

송판에 있는 재건된 성문 앞의 티베트 송첸감포왕과 당나라 문성공주 석상이다. 이 석상 설명판에는

송첸감포왕이 송판에서 당나라 대군을 물리친 역사는 사라지고 티베트와 당과의 화합의 역사만 기재

어 있다.▼

 

 

 

 

 

 

황룡 관광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07미터의 설산량이다. 이곳에 오르니 속이 조금씩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설산량, 낯선 이름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 해도 낯선 고유명사 앞에선 수시로 길을

잃는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고갯마루

였을 테지만 우리가 한번 두번 부르는 사이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풍경이 되었을 것이다.

 

 바깥 속세와는 담을 쌓고 이 백색의 고원 위에 조용히 미소 지으며 정상의 고결함과 평야의 부드러

움을 깊이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설산량, 정말이지 이곳이라면 여기에서라면 맑은 정신을 인간에

게 걸맞는 종교적 광희(狂喜)로 가꿔갈수 있으리.

 

 설산량은 험하고 초인간적인 정상도 게으르고 풍성한 평야도 아니다 . 그러나 인간다운 맛을 잃지

않고 영혼을 고양시키는 곳으로는 더도 덜도 아닌 최적의 장소다. 아, 얼마나 멋진 곳인가? 이고독,

이행복, 눈을 감았다. 나른했다.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환희가 내 몸을 감쌌다. 내 주위의 백색신비가 바로 천국인듯햇다. 내가 느끼

는 신선하고 상큼하고 소박한 희열 자체가 바로 하느님인 듯했다.▼

 

 

성도에서 약 7시간 여만에 드디어 황룡 풍경구에 이르렀다. 황룡(黃龍)은 구채구에서 북동쪽으로 68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송판현내에 위치하고 있다. 황룡은 설복산 기슭에 계단식으로 펼쳐진 3400여 개의 석회암 연못

으로, 구채구와 마찬가지로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황룡은 해발 3,4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이므로 심장질환 및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를 요

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도 갑자기 움직이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나는 이미

해발 4500미터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경험했기 때문에 크게 게의치 않았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산소호흡기를 준비해 갔는데 불과 3km 정도에 이르러서 용량이 다 떨어지고 말

았다. 수면은 부족하고 몸은 몹시 힘들었지만 그 좋은 풍광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가?  황룡

풍경구는 해발 3553미터라고 한다.▼

 

 

 

 

망룡평이다. "망룡평은 해발 3530미터이며 황룡 풍경구에서 해발이 비교적 높은 관망대로서 황룡의 주요

골짜기 및 설산의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다. 수많은 높은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있고 울창한 삼림이 사방

뒤덮였으며 발 아래에는 운무가 둘러싸여 있어

 

"천층의 푸른 물이 한 눈에 들어오고 용이 날고 춤을 추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네" 라는 경지가 있다.▼

 

 

망룡평에서 바라다 본 황룡산의 모습이다. 때는 바야흐로 5월 하고도 중순에 접어드는데

하얀 설산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정도의 풍경을 위해서라면 7시간이 아니라 24시간이라

도 가볍게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황룡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채지에 이르렀다. 오채지는 황룡산의 만년설이 녹아 만드는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호수를 일컫는다. 석회질이 침전된 강바닥에 물이 고여 계단식으로 만들

어진 연못인데,

 

하얀 석회암에 고인 맑은 물은 깊이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내며 용의 비늘처럼 반짝

인다. 해발 3576미터의 높이에 총 면적이 21,000평에 이르며 총 693개의 채색 연못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체지가 가장 많으며 해발 높이가 최고이다.

 

노천 칼슘 침적물 채지군으로 깊고 넓은 연못의 넘쳐흐르는 물은 마치 푸르른 옥반과도 같으며

붉은 색, 자지색, 하늘색, 녹색 등 농담이 서로 다른 여러가지 색조로 오색찬란하여 너무나도 아

름답기만 하다.▼

 

 

 

확실히 세상에는 거저가 없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노력이고 쟁취이다. 저 아름다운 풍경마저도

저마다의 노력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내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두고 온 고국의 산천과 낯익은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는가?" 라고 노래를 하니 옆구리께가 텅 비려고 했다. 아, 나그네의 향수병은 아름다운 풍광 앞

서 여지없이 도지고 말았다.▼

 

 

 

 

진정한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자연과 풍경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색의 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풍광을 한가로이

바라보고 가볍고 순수한 산악공기를 느긋하고 기분좋게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는 아직 크게 부족하다.

 

양지바른 초원에 드러누워 한가하게 휴식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근사한 일이다. 그러나 산과 시냇물,

그리고 멀리 우뚝 솟은 하얀 산봉우리에 친숙하고 그것의 의미를 잘아는 자만이 자연과 풍경을 완전하게

백배는 더 깊고 고상하게 즐길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연가까이에서 자연의 힘과 위안을 맛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장소로 여행하기만 하면 된다

고 생각하는 것은 널리 만연된 오류다 .▼

 

 

 

 

 

 

 

 

 

 

사진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야 할 오색 폭포수가 오랜 가뭄 때문에 매말라 있는 삭막한 살풍경이다.▼

 

 

 황룡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황룡입구로 내려왔다. 우박을 동반한 강한 빗줄기를 맞으며

약 4시간 가까이 트레킹을 하는 사이에 내 육신은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생의

어두운 을 박차고 삶의 푸른 하늘을 향해 발돋음을 하며 목청껏 나의 삶을 외쳤다.

 

아름다워서 다르고, 달라서 아름다운 여행, 아무래도 나는 여행에 열렬하고 과격하게 중독된

람이 확실했다. 문득 흐렸던 마음 때문에 서로를 더 멀게 느껴 끝끝내 소통하지 못했던 내

생의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 동안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외로웠고 넘치지 않을만큼 행복했다. 이제 그만 자리를 떠

나야겠다. 달콤한 환희가 너울거리는 이곳은 다른 분들에게 넘겨주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게

황룡에 대한 속 깊은 예의일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