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제6구간(분젓치~모래재)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중부지방은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고 한다. 소위 수퍼컴퓨터가 도입되고 나서
우리 기상대의 일기예측은 그 정확도가 만족할만한 신뢰수준에 접근하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너무 과신했던
탓일까? 오늘따라 의례히 배낭 속에 넣고 다니는 레인코트는 배낭을 바꿔 메고 오는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
했고, 등반 후 갈아입을 옷가지도 간단히 티셔츠만 준비했었다.
오늘 걷게 되는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은 그 여섯번째 구간으로서 분젓치에서 모래재 까지로 약7시간이 소요
되는 구간이었다. 따라서 나의 걱정거리는 아직도 무더위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빗길 산행에 대한 걱정
보다는 무더위 속에 흘러내리는 땀방울과의 한바탕 전쟁이 걱정이었다.
아침 6시, 안양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화성쯤에 이르렀을 때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산행
기점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언제 뿌렸냐는 듯이 비가 멈췄다. "역시 일기예보는 믿을만 하구나." 하고 기분좋게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 능선을 몇차례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 새 내 몸은 땀범벅이 되고 말았다.
땀이 많이 흐르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여름날 내 몸에서 무수히 흐르는 땀은 어쩜 고질적인 병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 쉴새없이 흐르는 땀, 그리하여 나를 지치게 만드는 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추
운 겨울 어느 날 저녁시간에 태어났다. 나는 그 날 그 시간의 온도를 알게 모르게 평생 좋아하며 찾아다녔다.
그렇다. 나는 내가 태어난 날이 추웠던 것처럼 추위에 무척 강했다. 그러나 반대로 더위에는 무척 약하다.
내가 태어난 날의 그 온도가 아니면 나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아쉬워했다. 어쩜 오랜 여(산)행의 유일한 비
결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정맥의 마루금을 걷고 또 걸었다, 소비하고 폭음하고 탕진하는 산행이 아니라 낯선 산길을 천
천히 거닐고 알수 없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디선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풍경들을 탐욕스레 폭식하는 산
행이 아니라 가닿는 장소의 굴곡마다 깊숙이 숨어있는 나 자신의 오랜 그리움과 만난다.
산행 일시 : 2014. 8.17(일)
산행 코스 : 분젓치~ 좌구산천문대~ 좌구산~ 새잘곡산~ 질마재~ 칠보산~ 쪽지봉~ 모래재(보광산관광농원)
산행 시간 : 약 7시간
지난 제5구간 산행의 날머리인 분젓치이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좌구산 천문대 앞의 숲에서 잠시 지친 몸을 달래보았다.▼
좌구산은 해발657m로 한남금북정맥 중 최고의 높은 봉우리로 증평.청주.괴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의 모양이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자리 좌(座), 거북 구(龜)
를 써서 좌구산이라고 부른다.▼
새잘곡산 정상이었다.▼
해발 585m의 칠보산 정상이다.▼
해발 596m의 쪽지봉 정상이었다. 이땐 이미 비를 흠뻑 맞으며 1 시간 이상 산길을 걸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비에 젖어, 땀에 젖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