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시산제는 서운산에서..
안나푸르나의 여독과 여운을 가득 안은 채 갑오년 3월 2일, 예정된 일정에 따라 산악회에서는
안성의 서운산에서 시산제 행사를 가졌다. 피곤했다. 어제 새벽 귀국과 동시에 중요한 예식이
있어 참석하는 바람에 쉴 수가 없었다. 해서, 오늘만큼은 몸도 마음도 꼭 쉬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것이냐? 시산제의 축문을 써주고, 읽어주기로 미리 약속해 놓았으니 빠질 수가 없
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운산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서운산은 수도권에 있는 산이고 그리 높
지 않은 산이기에 큰 부담 없이 동참할 수 있었다.
일 시 : 2014. 3. 2(일)
장 소 : 서운산(경기 안성 소재)
산행 시간 : 약 3시간
안내산악회 : 안양 산죽회
서운산 산행은 청룡사 입구로부터 시작된다.▼
종래의 시산제 축문은 유세차 단기...어쩌고 저쩌고로 시작된다. 모르긴 몰라도 시산제에 참여하는 회원 중에서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분들은 불과 몇 분일 것이다. 해서, 금년부터는 누구나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릿말로 풀어 쓰기로 하였다. ▼
“시산제 축문”
어언 세월은 흘러 서기 2014년 갑오년 3월 둘째 날, 오늘 저희 안양산죽산악회 회원일동은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있는 구름을 타고 청룡이 내려왔다는 이곳 서운산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아뢰옵나이다.
하늘아래 산과 물과 나무와 풀과 바위를 비롯한 모든 자연의 구성체들이 저마다 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내며 한편의 시와 함께 만들어준 산길, 그 산길
을 걸었던 지난 한해에도 우리들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안전하고도 평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신령님께 감사드리옵나이다.
신령님이시여! 우리 모두는 산을 배우고 산을 닮아가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안양산
죽회라는 아늑한 둥지에 모였습니다. 올 한해도 무거운 배낭을 둘러 맨 우리들의 어깨가
굳건하게 하여주시고, 때로는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들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험로에 이르러서도 단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희들은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대함이 없이 아름다운
자연을 더럽히거나 파괴하지 않는 그러한 청결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고 산을 닮아 더없
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나이다.
신령님께 거듭 바라옵건대, 저희들 회원과 그 가족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모든 소망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성취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바라오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곳 서
운산에서 감사와 더불어 축원의 시산제를 올리는 바입니다.
이제 여기에 우리가 정성으로 술과 음식을 준비했사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어 주옵소서..
2014년 3월 2일 안양산죽 산악회 회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