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나홀로 걷는 사색의 산길..(요골산, 고불산, 맹산, 영장산)
설날아침, 일찌감치 차례를 지내고 여느 해 설날처럼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 오르게 되는 산은
며칠전에 이미 선택해두었던 성남에 위치한 영장산이었다. 그런데 산행들머리인 이배재로 향하는 대
중교통 수단이 보통 복잡한게 아니었다.
안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우선 범계역에서 3330번 버스를 타고, 분당의 이매역이나 야탑역
에서 하차하여 전철로 환승, 모란역까지 이동한 후, 다시 모란역에서 버스로 이배재까지 이동하여야
한다. 이 방법은 교통편이 복잡할 뿐아니라 몇차례의 환승에 따른 소요시간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두
시간 정도는 어렵지않게 소요될 것같았다.
해서, 큰아이의 차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큰아이에게 이배재까지 태워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흔쾌
히 승낙해주었다. 성남시 일원에는 공원묘지가 많은 관계로 설날 성묘차량으로 인한 도로사정은 여의
치가 않았다. 하지만, 모처럼 효성을 발휘한 우리 큰아이 덕에 곧바로 영장산 산행들머리인 이배재까지
쉽게 올 수 있었다.
영장산은 지근거리에 있는 문형산과 함께 페키지 산행으로 오래전에 한차례 다녀 간 산이지만 그 때
의 기억을 반추해 보면 산길이 몹시 편안하다는 느낌이 남아있기에 오늘 같은 설날에 나홀로 걷는 산
행으로는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산행 코스 : 이배재~ 갈마치고개~ 요골산~ 고불산~ 영장산~ 맹산~ 매지봉~ 이매역
산행들머리인 이배재이다.▼
일단 갈마치 고개로 향해야 한다.▼
산길은 가파른 계단길로부터 시작된다.▼
성남시 시가지의 모습이다.▼
예상했던대로 산길은 편안했다. 산길이 편안하다보니 내 마음도 평안했다. 올 한해도 지금 걷는
산길처럼 평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뿐아니라, 우리 가정과 사회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도 평안한 한 해가 되어주길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드렸다.▼
표고 332m의 요골산 정상이었다.▼
소위 사랑의 나무라고 불리우는 연리지에 관한 설명이다.▼
연리지 앞에서 기도하면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정작 자물쇠는
몇 개 달려있지 않았다.▼
서로 다른 몸으로 태어나 살아가려다가 하나의 몸으로 살아가는 나무들, 가지들이 맞닿은
채 살아가면 연리지(連理枝)라 하고, 뿌리가 하나가 되면 연리근(連理根), 몸(줄기)이 하나
가 되면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한다.
연리지, 나는 그 동안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면서, 일반 산길을 거닐면서 수 많은 연리지
를 만나왔다. 그런데 오늘 또 그 연리지를 만났다. 오늘 본 연리지는 전주 모악산에서 보았
던 연리지와 비슷했다. 일단은 두 소나무가 가지를 뻗어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묘한 삶을 살아가는 연리지, 오랜시간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서로에게 동화되고 겉모습까지 닮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둘이지만 한 몸처
럼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연상하고 그리움을 떠올린다.
연리지를 볼때마다 그랬듯이 오늘도 나는 그랬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가슴 가득하기
때문인지 오늘 또 연리지를 보면서 초록빛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었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나도 연리지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갈마치 고개 야생동물 생태통로이다. 야생동물들이 저 목재테크를 건넌다고 생각하니
어딘지 모르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생태통로를 만들바에 좀 더
환경친화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는지 뭇내 아쉬움이 남았다.▼
고불산 정상이다.▼
해발 413m의 영장산 정상이다.▼
영장산 정상에 와서야 몇 분의 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분께 부탁하여 인증샷을 날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 중 인물사진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 같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매(二梅)가 매화나무 2 그루라는 단순 의미인지 미처 몰랐다.▼
들마루 고등학교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곧바로 이매역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버스를 타고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