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면서도 끝이 아닌 한남정맥 졸업산행..
오늘은 한남정맥 마지막 구간을 걷는 날이다. 다시말해, 졸업산행을 하는 날인 것이다. 어젯밤엔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들었
지만 새벽 2시경에 눈을 뜬 이후로는 쉬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잠이 오지 않는다. 왜일까? 마지막 구간이라는 벅찬
감격 때문일까? 아니면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그 두려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끊어진 잠을 이어붙이기 위한 사투 아닌 사투가 계속되었다. 염소 한 마리, 염소 두 마리, 염소 세 마리, 염소....마리를 세며
살포시 꿈나라로 떠나는 순진한 나이는 이미 지나도 한 참 지났음을 확인만 시켜주었었다. 세 시간 가량을 뒤척거리다가 5시가
되어 결국 잠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나고 말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산길을 걸으면 몸 컨디션이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말텐데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오늘은 한남정맥
의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마지막 졸업산행인데... 집결장소인 한성병원으로 향했다. 정시가 되니 어김없이 버스가 왔다. 지
난 구간의 날머리이자, 오늘 구간의 들머리인 대곶사거리로 향했다.
오늘 우린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에서 남극대륙횡단을 위해 인듀어런스호에 오른 27명의 대원같았다. 그들은 드디어 해냈
고, 한 사람도 잃지 않았고, 지옥같은 길을 헤쳐나왔다. 오늘 우리도 그랬다. 산길인 듯, 들길인 듯, 도로인 듯, 끊어진 길을
이어 걷는 거칠기로 유명한 한남정맥을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단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전원 무사히 졸업산행을 마칠 수 있
었으니 말이다
산행 일시 : 2013. 12. 25(수)
산행 코스 : 대곶사거리~ 장승고개~ 문덕재~ 상주산~ 문수고개~ 두류봉~ 보구곶리
산행 시간 : 약 6시간 30분
아직 잠에서 덜 깬듯한 모습의 대곶사거리이다. ▼
일단 대곶초등학교 정문에서 기념촬영부터 했다.▼
눈이 자주 내리는 겨울날엔 산길이 온통 하얗다. 그렇다고 착각은 말라, "산길이 흰색이니
의심도 없을거라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 선혈의 붉은 빛을 밀어올리며 황금빛 빛살이 뻗어오르고 있었다.
엇그제는 차안에서도 해봤는데 오늘 우리는 도로에서도 해본 것이다.▼
마태복음에서는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된다고 하였다. 오늘 우리도 그랬다. 선두로 치고나간
사람들이 알바(헛돌이)를 하게되면 후미는 운좋게도 자연스레 선두가 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잠시였다.▼
산행 시작 두어 시간만에 아침을 들었다. 물론 미리 예약해 둔 두부나라에서였다.▼
산행 중에 몇 명은 팁 하나를 얻었다. 산악회 버스의 도움으로 잠시 애기봉에 오르게 된것이다.
물론 애기봉은 한남정맥 마루금에서 비껴나가 있다.▼
겨울산은 쌀쌀맞았다. 하지만 산행이 계속될수록 첫 인상과는 달리 속 깊고 따뜻했다.▼
문수산 정상이다.▼
도상거리 215km, 한남정맥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한남정맥의 산길은 끝이면서도 끝이 아니었다.
나는 얼 아니가서 다시 한남금북정맥의 산길에 오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한남정맥 종주증, 저 증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알고도 모르겠고, 모르면서도 알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