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강원권 산행

이 시대 최고의 힐링, 오대산 선재길을 아시나요.^^

*산울림* 2013. 10. 12. 22:42

 

 

책을 읽을 때 청년은 급하게 읽고 중년은 차근차근,  노인은 읽고 또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인생이라고 정의해 보면

이 말의 의미를 금세 알 것이다. 급하게 읽은 책은 그 책의 알맹이를 알 까닭이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대충

대충 사는 삶은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이다. 삶의 여정을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꾸려나가야 비로소 생이 무엇인지 그

가닥이 하나하나  잡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50대 중년의 아줌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은 마치 인생의 오십고개를  넘듯 힘들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그것이 인생을 아는

사람들의 발길인지 모른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처음에는 언어를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그 다음에 다시 자

연을 배운다고 한다. 자연을 통하여 때로는 높이 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삶의 리듬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만 청춘"인 우리 자신을 "몸도 청춘"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세월은 살결에 주름을 만들지만,

우리가 삶의 열정을 상실할 때는 우리의 영혼까지 주름지게 하고 마는 것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몸도

청춘, 마음도 청춘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오대산으로 향하는 날이다. 오늘은 산행을 하지않고 선재길을 걷는

트레킹을 하기로 하였다.

 

선재길, 당연히 생소한 이름이었다. 알려진대로 오대산은 신라시대에 중국 오대산을 참배하고 문수보살을 친견한 자

장스님에 의해 개창된 문수보살의 성지이다. 이 문수보살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

이 "화엄경"의 "선재(동자)라고 하는데 이 이름을 따서 만든 길이 선재길인 것이다.

 

어쨌든 오늘 우린 선재길 트레킹에 나선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껴보며 참된 나를

찾아보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온 것이다. 선재길은 생각했던대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소문대로 최고의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나를 아는 모든 분들과 그리고 얼굴은 모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수 많은 블친들께 자신있게

강추해 드린다.

 

 

 

 

트레킹 일시 : 2013. 10. 12(토)

트레킹 코스 : 월정사~ 반야교~ 섶다리~ 오대산장~ 상원교~ 상원사

소요    시간 : 약 4시간

 

 

 

 

월정사 일주문이다. 절의 입구임을 알리는 일주문은 절의 어귀에 서 있어 절의 위용을 한 눈에 느끼게 해준다.

일주문은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는 의미에서 문을 닫지 않으며 기둥을 양쪽으로 하나씩 세워 지탱하는

구조에서 일주문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월정사 현판의 월정대가람(月精大伽籃)은 탄허스님의 친

필이라고 한다.▼

 

월정사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나무는 살아서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죽어서까지도 이렇게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해주는데 우리 인간은 과연 자연의 소중함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월정사 경내에 들어왔다. 때마침 탄허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합창제가 열리고 있었다.▼

 

 

 

월정사를 벗어나고 바로 선재길이 시작되었다.▼

 

 

 

관음암 입구이다. 오대산은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 동대산 등 5개의 봉우리와 수정암,

미륵암, 관음암, 지장암, 사자암 등 5개의 암자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길을 걸으면 청각이 예민해진다. 바람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숲속을 지나다니는 짐승의 발자국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자연은 순환의 질서를 지킨다. 사람들에게 그토록 허물리고 더럽히며 상처받으면서도 계절의 질서를 묵

묵히 이행하는 것이다. 이런 자연이 그지없이 고맙고 미덥고 기특하기만 하다. ▼

 

 

 

선재길을 끼고 흐르는 오대산 계곡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아직은 설익은 듯한 단풍,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죽어 하늘로 올라가면 내가 살았던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한 귀천

(歸天)의 시인 천 상병.. 아마 그도 이런 절경을 끊임없이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을 노래했을 것이다.▼

 

 

선재길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들녘을 걷는 시골틱한 정취있는 길도 있었다.▼

 

선재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그 길은 오름과 내림이 없는 평이한 길의 연속이었다.▼

 

엇그제까지만 해도 초가을 늦더위에 시달려야 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곳의 날씨는 서늘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산들바람이 불었다. 산들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느긋하게 해준다. 우린 산들바람 부는 계곡길을 거닐고

있었다. 바람에 숲도 골짜기도 흔들렸다. 나의 옷자락도 마음자락도 내 영혼까지도 흔들렸다.▼

 

 

 

 

 

 

 

 

 

 

 

맑디 맑은 계곡수가 가을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물은 착하다. 그래서 만물을 이롭게 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 물은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곳에서는 얼음이 된다. 살아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저처럼 맑은 물은 우리들의

잃어버린 영혼을 일깨워주고 있다.▼

 

 

 

 

 

 

 

 

섶다리에 올라섰다.▼

 

 

 

 

 

 

선재교를 건너면 상원사로 가는 도로가 나오고, 다시 그 도로를 횡단하면 오대산장이다. 선재길은 반드시

도로를 건너 오대산장으로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선재길을 이어걸을 수 있다.▼

 

 

 

 

 

 

드디어 선재길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인 상원사 입구에 이르렀다.▼

 

 

깊은 산속에서 한 편의 운치있는 시를 만난다.

 

 

    바람과 나무

                                                 김 상진

 

바람은 속삭이듯 가만히

말을 했다.

작은 나무에게 어리긴 하지만 귀엽다고

 

작은 나무는

잔가지를 흔들며 말했다.

세상을 돌고돌며 보고들은 바람얘기가 듣고싶다고

 

바람은 웃으며 나무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언제까지 여기 서 있을 거냐고

 

나무는 가지를

크게 흔들며 대답했다.

오래오래 나이테 그리며 기다리고 있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