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과 예쁜 꽃의 정원, 세미원으로의 초대
오늘부터 추석절 연휴기간이다. 그 첫날 우린 세미원으로 향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이미 선영을 찾아 묘제를 지낸 터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모두 홀가분한 마음으로 추석절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추석절, 그것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신조
어가 생겨났듯이 주부들에게는 특히 종갓집 맏며느리분들에겐 마냥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한가위가 평소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미리 간파하신 내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엄숙하면서도 현명한 유지를 남기셨으니 그것이 바로 "묘제"
를 모시는 일이었다.우리 가족의 "묘제"란 다시말해 추석 직전 토요일에 온 가족이 모두 고향에 계시는 선영을 찾아 합동
으로 제를 지내는 행사를 말한다. 따라서 집안에서 한가위나 설날에 별도로 차례 모시는 절차는 생략하고 묘제로 대체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조처인가? 물론 다소의 고생은 하더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즐거움이야 이루 말로
다 표현할수 없겠지만 추석절을 심적, 육체적 부담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것도 그 이상
으로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어쨌든 우리 집 묘제의 최대 수혜자는 뭐니뭐니해도 우리 집사람이 틀림 없을 것이다. 오늘은
지난 달, 어느 월요일에 세미원을 찾았다가 허탕을 친 사례가 있었기에 사전에 추석절 휴무여부를 확인하고 왔다.
세미원은 물과 꽃들이 함께 하고 있는 이 터전의 이름을 말한다. 그 어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觀水洗心 觀花美心) 옛 말씀에 근거를 두어 누구든지 이 터전에 오면 마음을
씻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면서 그 상징적인 의미로 모든 길을 보도블럭 대신 빨래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
세한도가 모셔져 있는 송백헌이다.▼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는 세한도의 모습이다.▼
이제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향할 차례이다.▼
두물머리에 있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무이다.▼
몸도 마음도 향기로워지는 세미원에서 조용히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 날, 나로 인해 혹여 상처라도 받은 분들이
계신 것은 아닌지, 내가 살아 온 지난 나날들이 나름 최선을 다해 큰 부끄러움 없이 살아 온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