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2013. 6. 28. 17:05

 

 

당연히 백화산을 가리라 마음 먹고 집을 나섰다.

산악회 버스 안에서 운영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국립공원 백화산이 불조심 특별기간이라서 입산통제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백화산 대신, 근처에 있는 천태산을 가게 됐다고 말한다.

 

"미리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콩대신

닭이라고 오랫만에 천태산을 오르는 것도 별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실로 만 5년 만에 천태산을 오르게 되었다.

천태산 입구 표지석과 삼단폭포 앞에서 천태동천의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 컷 땡겨보았다.

 

바로 5년전,

그해 겨울은 눈도 많이 내리고 무척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혹독한 계절이었다.

 

만용일까, 객기일까,

결코 작은 나이가 아닌데....

암벽코스를 바로 목전에 두고 우회할까?

직접 오를까를 무척 망설이다가 끝내 결행하기로

작정하여 버렸다.

 

바위는 온통 눈으로 결빙되어 몹시 미끄러웠다.

100 여 미터는 족히 되는 구간을 바위가 미끄러워

그야말로 팔힘으로만 올라야 했다.

 

팔에 힘이 빠져 로프를 놓치는 날엔 그만 저 세상사람이

되고만다. 당시에 나는 바위를 타는 나의 적절하지 못한

선택에 대해 몇번이고 후회를 하였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날씨가 맑은 날에 다시 암벽을 타면서 아무리

날씨가 좋아 암벽 컨디션이 판이하다고는 하지만

새삼

 

" 내 몸 상태가 그때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해보게 된다.

아기자기한 암반과 암릉, 그것은 확실히 짜릿하다는

표현 외엔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을 듯 했다.

 

 

겨울을 재촉하며 불어오는

만추의 새벽바람은 명치 끝까지 시려오는 아픔이 있다.

그러나 어쩔 것이냐?

산행은 그 누구의 몫도 아닌 내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니더냐...

 

천태산,

산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길로 이어졌기에 내 육신은

어느 새 흘러내린 땀으로 흥건히 젖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힘들게라도 일단 정상에 오르고 나면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 든다. 이것이 산행의 묘미일 것이다.

 

천태산,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짧고, 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아주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때문에 여섯시도 못되어 귀가할 수 있었다.

 

산행 일시 : 2006. 11. 18(토)

산행 코스 : 은행나무 =>삼단폭포=>영국사=>암벽코스=>정상

                  =>남고개=>주차장

 

 

울창한 수림,

매끈매끈하면서도 탄력적인 바위...

 

하산 길에서 만난 천태산의

모습들은 이렇듯 아름답기만 했었다.

 

풍광이 좋은

장소를 선택하여 기념촬영을 하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 순간만은

"이것이 내가 사는 의미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천태산 하면

빼놓을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신라시대의 천년고찰 영국사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사는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어로 寧國寺라는 뜻이다.

 

고즈녁한 절집 분위기를 느껴가며 영국사 경내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영국사 발전의 미래 청사진인 조감도,

그리고 마치 그 옛적 시골에서

자라면서 봤던 확독을 연상케 하는 물건...

 

즉, 큰 돌에 물을 가득 담고 다시 그 안에 아름다운

꽃을 기르는 퍽이나 인상적이고

평화로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아주 가까이서 한 컷 땡기고

보니 이건 완전히 작품사진이 되어버렸다.

 

 

수령 1000여년...둘레 6미터,

천연기념물 제 223호....

영국사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이다.

 

흡사 양평 용문산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와 많이 흡사하다.

 

이채로운 것은

사진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듯이 가지 하나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다시 새순이 자라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