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강원권 산행

팔봉산,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산울림* 2013. 6. 24. 12:28

 

 

산행 일시 : 2013. 6. 22(토)

산행 코스 : 팔봉산 제1봉~ 8봉

산행시간 : 약 4 시간

누  구 랑 : 만나면 좋은 사람들이랑

 

 

거침 없이 질주하는 고속버스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금 내 인생의 세월이 달리고 있다. "조금 천천히 갈 수 없어?"

하고 지나가는 시간을 붙들며 처절한 아픔으로 통곡이라도 하고 싶지만 어김없이 내 몸 속엔 노을이 번지고 있다.

하루 해가 서서히 스러지듯이 내 인생의 빛도 언젠가는 그렇게 스러지고 말 것이다. 분명 우리가 죽어서 찾이하는

땅은 겨우 한 평이 될까말까 한데 사람들은 왜 그리들 잇속을 찾아 아등바등 헤매있는 것일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이 몹시 울적할 때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속세에서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을 찾는

것이 매우 탁월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은 홍천의 팔봉산이었다. 줄잡아 10 여 차례는 족히 왔을 팔봉산,

그래도 우리는 또 팔봉산이었다. 그만큼 팔봉의 능선은 마치 인생의 길을 거닐듯 굽이굽이 리드미컬하고 그러면서도

운치가 있는 산이다. 그렇다고 팔봉산은 절대 함부로 올 수 있는 만만한 산은 결코 니다.

 

결빙기 겨울 서너 달은 물론이고, 비가 오거나 물이 불어도 입산통제다. 해발 327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연간 고작 250 여 일 정도 밖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일기가 분순한 날에 팔봉산을 찾을 때는 반

드시 관리사무소에  "오늘 팔봉산 등산로 열드래요?" 하고 사전에 문의 한 후,  출발하는 것이 상책이다.  왜일까?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에서 가장 작은 팔봉산이 재난관리는 국립공원 수준이니 필시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흔히들 팔봉산은 처음 찾는 등산객들을 세번씩이나 놀라게 한다고 한다. 사람을 세번씩이나 놀라게 하는 이유,

바로 그 이유에서 정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 첫번째는 등반객들이 차에서 내려, 팔봉산의 낮고 초라한 외형만

쳐다보고서는 " 에게게나! 저게 무슨 산?" 하고 놀라며 책임 지지 못할 말들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막상 산에 발을 딛고보니 산이 너무 가파르고, 바윗길이 험하여   " 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하고 놀라며,

 

마지막 세번째는 모두 여덟개의 각 봉우리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홍천강을 비롯한 주변경관들을 내려다 보며 

" 우와~ 쥑인다. 쥑여!" 하며 팔봉산과 그 주변의 비경에 놀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팔봉산이 명산이었음을 충분히

확인시켰을 터이고 특히 두번째의 놀람에서 왜 팔봉산이 입산통제가 많은 산인가가 설명됐을 것이다.

 

 

 

 

팔봉산 매표소 입구이다. 지금 시각 9시 40분, 뜨거운 햇살이 마치 축복의 빛줄기처럼

우리를 향해 무량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오늘 산행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매표소에서 급경사 길의

1,2봉을 먼저 오르고 순서대로 3~ 8봉으로 이어 오르도록 하였다. 길라잡이 좌측으로는 1봉

건너뛰어 곧바로 2봉으로 오르는 비교적 순조로운 길이다. 물론 우리는 우측 루트를 선택했

다.▼

 

 

 

드디어 1봉의 정상에 이르렀다. 지난 한 주, 유례없이 무절제한 음주로 무리하게 몸을 혹사한 탓에

1봉을 오르는 동안 실로 많은 땀을 흘려야 했었다. ▼

 

 

 

곧이어 2봉에 이르렀다. ▼

 

 

 

2봉 정상에는 이씨, 김씨, 홍씨 세부인을 모시는 당집인 삼부인당(三婦人堂)이 있다.  조선 선조때부터

마을 사람들이 굿이나 제를 올리는 곳인데 근래에는 이곳에서 3월과 9월에 주민들과 등산객들이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

 

 

 

곧이어 올라야 할 3봉 능선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

 

 

드디어 3봉이다. 주봉 역할을 하는 3봉은 메인 봉우리답게 북서쪽으로 다섯 봉우리들이 한 눈에

쏘옥 들어오는 곳이다.▼

 

 

 

 

산을 힘들게 오르다 보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당치 않은 소리이긴 하지만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돌연 생겨난 것이다. 아! 옛날이여, 기억저편으로 사라져 간 그 젊음의 날들은

연 실제로 있었던 날들이었을까?

 

그 찬란하고 싱그러운 의미를 알 것만 같으니 이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두렵고 뭔가를 안다는 것이

점점 무서워진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고 허둥대던 그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고사목 앞에 섰다. 그것은 잘 다듬어진 분재 같았다. 나무는 죽어서도 저렇게 매끈한 몸매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그것은 굽이치는 홍천강 위에 떠 있는 듯 자리잡은 팔봉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4봉의 해산굴 앞에서 멈춰 섰다. 해산굴은 산부인과 바위, 혹은 장수바위라고도 부른다. 태고의 신비를

안고 천연적으로 형성된 해산굴은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낀다는 굴로써, 이 굴을 많이 통과할수록

무병장수 한다고 한다.

 

이 굴을 통과할때는 반드시 배낭은 벗어 위로 먼저 올리고 교묘히 몸을 틀고 꼬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굴

이다. 날씬한 몸매로 스스로 나오면 자연분만이라 하고, 덩치 큰 사람들이 남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통과

하면 제왕절개라는 우스갯리까지 생겨난 굴이다.

 

이 굴을 막 통과하고 나니 곧바로 굴 안에서  "응애~"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하고 뒤를 돌아다

보니 어느 여성분께서 자연분만을 자축하며 터뜨리는 환호성이었다.

 

 

 

 

 

 

 

해산굴을 지나 4봉 정상에 이르렀다. 벌써 8봉 중 절반을 오른 것이다. 4봉의 산등성이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수목들을 보았다. 저 나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찬란하고 싱그러

웠을 테지만 지금 맞이하는 그것들은 유독 가까이 오는 것만 같으니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

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의 산길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이어 올라야 할 5~7봉까지는 급경사의

연속이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하였던가? 그래서 그런지 산길은 급경사 길

일수록 그리고 위험할수록 주변 경관은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아~! 노송과 기암괴석과의 환상의 조합.. 그리고 s라인을 형성하며 흐르는 홍천강..

나는 오늘 비록 야트막한 산이지만  팔봉산이 명산으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명산 중의 명산임을 인정하고 말았다.▼

 

 

 

 6봉 정상이다.▼

 

 

 

곧이어 7봉에 이르렀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팔봉산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8봉에 이르렀다. ▼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8봉의 위용 앞에 섰다. ▼

 

 

 

 

 

 

 

 

 

 

사진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7봉의 봉우리이다. ▼

 

 

 

이제 하산길이다. 경고문에서 봤듯이 8봉 하산길은 전체구간 중 가장 위험하다. 한 순간 실수는

곧바로 헬기신세로 이어진다. 그리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은 오직 본인의 책임일 뿐 아무도 지지

않는다. 주의, 또 주의해야 할 일이다.

 

 

 

드디어 8봉에서 급경사 하산 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강과 산 밑 바위사면을 로프와 철판으로 연결한 

강변도로를 걸어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홍천강 다리에 이르렀다. 우린 이 다리 밑에서

준비해 간 삼겹살로 뒤풀이 파티를 하였다. 물론 이곳은 취사가 허용된 구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