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초여름날의 의왕대간..

*산울림* 2013. 5. 17. 23:03

 

산행 일시 : 2013. 5. 17(금, 석가탄신일)

산행 코스 : 지지대고개~광교헬기장~백운산~고분재~바라산~우담봉~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청계사 갈림길~과천매봉~이미마을

산행시간 : 약 9 시간

함께 한 사람들 : 모락산악회 몇몇 회원들

 

 

 

오랜만에 맞이하는 4일 연휴였다. 오늘 금요일은 석가탄신일이고, 20일(월)은 셋째 월요일이라서 휴관일이기 때문이다.

한 해에 몇 번 돌아올까 말까하는 이 황금의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있을까? 물론 연초에 세웠던

원계획은 해외트레킹이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트레킹은 일찍이 취소하였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회답은 너무나 자명했다. 당연히 연휴때는 여(산)행이었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이곳에서 그 이유들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겠지만 내가 산행을 해서는 안될 이유는 고작 두 어개에

불과했고, 산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상경해서 그 남루한 시골 촌뜨기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보다 더 말끔하고 강건하고 영민한 도회인의 삶을 배워나가겠다고 했던 적이 바로 엇그제 같은데

벌써 60줄의 나이에 접어들어 "귀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고 있으니 어쨌든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했던 것이다.

 

그럼 오늘 산행얘기를 계속해 보도록 하자. 연휴, 그 첫날인 오늘은 그 동안 마음에 두고 꼭 걷고싶었던 이른바 의왕대간의

산길이었다. 다행히 적을 두고 있는 산악회에서 번개산행으로 공지가 됐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의왕대간에 관한 자료

를 미리 검색하여 보았으나 산행 들머리가 눈에 확실히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말해, 지지대고개의 어느 부분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여 일단 현지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일단 수원방향으로 향하는 버스(64번,65번,301번,777번,900번 등)를 타고 골사그네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골사그네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바로 나타나는 육교를 건넌다. 육교를 건너 수원방향으로 직진한다.

 

 

 

수원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주의할 점은 중간에 나타나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나오는 길이다. 물론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된다. 이 길을 조심스레 횡단해서 아래 사진처럼 효행공원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수원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이곳에서 좌측 방향으로 틀면 바로 지지대고개인 산행들머리가 나온다.

 

 

어렵사리 산행들머리를 찾았다. 이제 산행 들머리를 찾았으니 의왕대간은 식은 죽먹기이다. 식은 죽먹기라는

의미는 산행이 편하다는 뜻이 아니고 산길찾기가 쉽다는 뜻이다. 이른바 알바할 일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굴다리도 통과해야 한다.

 

 

지지대 고개를 출발하여 약 1km의 거리를 걸어왔다. 정신없이 걸어왔으니 어찌보면 뛰어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산마루라고 한다.

 

 

산행 시작 약 1시간만에 광교헬기장에 이르렀다. 이제 백운산 정상까지는 1.5km를 남겨두고 있다.

 

헬기장에서 내려다 본 안양과 군포시가지의 모습이다. 가까이 수리산의 능선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이 행정구역상으로 수원시와 의왕시의 경계지역인 모양이다.

 

 

 

 

 

 

 

 

 

 

 

 

산행 시작 두시간만에 드디어 해발 567m의 백운산 정상에 이르렀다.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 본 과천, 의왕, 안양, 군포시가지의 모습들이 선명하다. 투명한 날씨 덕분이리라.

 

 

 

 

이제 우린 바라산으로 향해야 한다.

 

 

바라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화사하게 피어 난 철쭉들이 산행에 지친 산꾼들을 위로하고 있는

듯싶었다. 한 없이 부드러운 빛깔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역시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아름다운 법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얕보고 함부로 대한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개발의 수단으

로서가 아니라 우리들 삶의 배경으로 삼을 때 자연은 더 없이 아름다운 것이며, 온갖 현대문명의

질환으로 병든 우리들의 심신을 맑고 밝게 해 주는 것이다.

 

 

 

 

 

 

 

고분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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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산에 관한 유래이다.

 

해발 428m의 바라산 정상이다.

 

바라산 정상에서 관악산과 과천시를 배경으로 한 컷 땡겨보았다.

 

이제 바라산 희망의 365계단을 내려 갈 차례이다.계단길은 경사가 심한 비탈길이었다.

오늘따라 산비탈을 스쳐지나가는 솔바람 소리에도 가슴이 메어오고, 먼 지평선 위를 흐르는

흰구름까지도 공연히 눈물겹기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하오고개를 향하여 돌진할 차례이다.

 

 

해발 425m의 우담산(발화산) 정상이다. 우담산은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초록은 겸허의 빛이다.

나 역시 이 빛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초록이 눈부신 무성한 숲에 갇혀 있노라니 문득 물밖으로 뛰쳐나갔던

고기가 다시 물을 찾아든 느낌이 들었다.

 

영심봉 삼거리이다. 산마루로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면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맡겼다. 지금 부는 이 바람과 새소리와 따뜻한 햇살은 그 옛날이나 다름이 없겠지만 변한 건

사람일 게다.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야 사람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자연처럼...

 

 

드디어 하오고개에 이르렀다. 산과 산을 훌륭하게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있어 좋았다.

다리의 품격도 수준이상이었다. 외국의 멋진 다리를 건너는 느낌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멋지고 훌륭한 다리를 건설해 준 당국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해발 540m의 국사봉에 올랐다. 벌써 산행 시간이 4시간이 넘었다. 다리가 아파왔다. 날씨도

초여름 날씨였다. 무더운 날씨에 몸은 지쳐갔지만 싱그러운 초록의 위로를 받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은 초록으로 무장한 나무와 풀들은 비와 바람으로, 햇빛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으며 넘나든다. 아마 사람살이도 그렇게 말 없이 넘나들며 마음을 전하는 것일 게다.

 

국사봉에 관한 유래이다.

 

이 길이 의왕대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해발 545m의 이수봉이다. 생명의 위기를 두번이나 넘겼다 하여 이수(二壽)라 하였다고 한다.

이수, 그리고 연산군 때의 유학자 정 여창 선생..당시 그의 나이 몇이었을까? 지금의 나 보다

더 많이..혹은 더 적은 나이였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내 나이는 까닭없는 서러움에 잠깐 젖어보는 나이이고, 그 서러움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이이다. 때문에 나이 드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다만,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해발 369m의 과천 매봉이다. 청계산에는 매봉이 두 개가 있다.

지금 보는 과천 매봉과 서초 매봉이 그것이다.

 

 

 

 

 

 

 

 

드디어 산행 날머리인 이미마을로 내려왔다. 참으로 길고 긴 산길이었다.

 

(에필로그)

이것으로 오늘 의왕대간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비록 몇 분이서 알바를 하는 바람에 40 여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긴 하였지만...

 

인간은 기록의 동물이라고 한다. 때문에 나는 왠만하면 블로그 등에 산행기를 남긴다. 물론 사진을

곁들인다. 단순히 사진만 올려놓는게 아니고 사진 찍을 때의 장소와 상황 등을 간단히 한 두 문장으로

설명해 둔다.

 

사진에 설명을 곁들이면 사진 보다 오히려 짧고 상투적인 글이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 때가 있을 것이다. 오늘 의왕대간 산행 역시 간략하나마 몇 자 기록해 봤다. 비록 나의 글솜씨는

아름다운 집을 변소 정도로 묘사하는 수준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