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관문~신선암봉~조령산~이화령
산행 일시 : 2013. 2. 24(일)
산행 코스 : 조령3관문~깃대봉~치마바위봉~암릉지대~신선암봉~조령산~이화령
산행 시간 : 약 6시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 산악회
오랜만에 대간길을 따라 나섰다. 비록 한 구간이나마 한동안 내 시야에서 비껴나가 있었던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다시 걷는다고 생각하니 겨울앓이를 하느라 수척해진 내 가슴에 잔잔한
설레임이 일었다.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세월을 두고, 지난 날 우리가 걸었던 그길..
그길 위에는 분명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남아있으리라.
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메쯤 달리니 어둠이 걷히며 뿌옇게 밝아오는 아침 해의 아름다움에 취해
버렸다. 순간, 한 평생의 삶이 활동사진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 삶이란 태어
나서부터 이렇듯 먼 곳으로의 끝 없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그 여행 중에 어느 날 억겁의 인연으로 아
름다운 산과 벗들을 만남으로 해서 삶 자체가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동안 매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 어떤 경우에도 산행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산행을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계속되는 산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서이다. 오늘도 역시 산행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백두대간이라는 성스러운 산길을 찾아 집을 나섰다. 내게 주어진 결코
짧을 수 없는 단 하루의 여정일지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기로 한다.
오늘 산행은 새재에서 시작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바라 본 신선봉의 표시석이
아침햇살에 눈부시다.▼
과거(科擧)길이다. 옛부터 영남에서는 많은 선비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갔다고 한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은 남쪽의 추풍령과 북쪽의 죽령 그리고 가운데 새재
가 있는데 영남의 선비들은 문경의 새재를 넘었다고 한다.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과 같이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대나무처럼 죽죽 미끄러진다는 선비들의 금기가 있어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급제를 위하여 넘든 과거 길이다.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뜻을 지닌 문경(聞慶)이란 지명의 이름에 기댄 속설인듯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었으리라. 그렇게 해서라도 혹시라도 닥쳐올지도
모를 낙방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