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산(양평)
이번 산행은 주말 비소식도 있고, 평소에 곧잘 함께 했던 사람들이 벌초다 예식장이다
해서 펑크를 내는 바람에 산행을 강행할 것이냐를 놓고 많은 갈등을 해야 했었다.
금회에 한하여 지방산행을 접고 가까운 관악산이나 청계산에 오를 까도 생각했
었는데 마침 생각치도 않았던 어느 분들께서 함께 가자고 하는 바람에 꺼져갈뻔
했던 중원산을 향한 불길이 다시 지펴지게 되었다.
산행 일시 : 2011. 8. 27(토)
산행 코스 : 중원계곡 주차장~중원폭포~갈림길~정상~중원리 주차장
산행 시간 : 약 4시간
범계역에서 이촌역으로, 이촌역에서 다시 중앙선을 갈아타고 용문역에 내렸다.
앞으로도 용문역은 몇 차례 더 와야할 듯 싶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용문산을
비롯해서 높고 낮은 산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중원계곡 주차장이다. 중원계곡은 발원지로부터 약 8km로 이어지고 있으며,
좌측으로는 중원산 800고지가 자리하고 있고, 우측으로는 도일봉 864고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좌우능선으로 이어지는 중앙으로는 싸리재가 있다. 계곡본류는
울창한 수림과 크고작은 소(沼)가 연출되어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랜만에 밝고 투명한 햇볕이 찾아드니
컨디션은 좋았지만 오늘 산행이 무더위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중원폭포 표석이다. 얼마나 멋진 폭포이길래 저리 요란하게 표석까지...▼
중원폭포이다. 용문산 동쪽 지척에 솟아있는 중원산(800m)은 서쪽으로는 조계,용계골
동쪽으로는 중원계곡 등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있다. 중원계곡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계
곡길을 걸으면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3단의 중원폭포를 만난다. 높이가 10m도 안되지만
병풍을 두른듯한 기암절벽에 에워싸여 절경을 이룬다.
수줍은 처녀의 댕기같은 물줄기 아래로 넓고 깊은 못이 드리워져 있다. 폭포를 지나 짙은
숲 터널 아래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으면 마치 구슬을 쏟아 붓는 듯이 물소리가 요란한
치마폭포에 도달한다. 그러나, 중원폭포는 수량이 적은 탓인지 요란한 해설과는 달리
초라해 보였다. ▼
싸리봉.도일봉방향과 중원산 방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었다. 생각같아서는
도일봉을 들렀다가 다시 중원산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무더운 날씨에다가 일행이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접고 중원산으로 향하
였다. ▼
숯가마터이다. 중원산은 요소요소에 숯가마터가 있었다.▼
숯가마터에 관한 설명이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가파른 산길을 걸어나갔다. 그것은 단순히 땀이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내 몸에서는 마치 작은 분수가 솟구쳐 나오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땀이 얼마만큼 많이 나올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것만 같았다.
정상은 이제 2km를 남겨두고 있다.
산길은 힘이 들었다.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 않은 것만 같았다. 지금쯤
산 정상에 거의 도달해가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길라잡이에 나타난
산 정상은 아직도 1.14km를 더 걸어야 했다. ▼
도일봉에서 중원산 정상방향으로 넘어오면 만나게 되는 능선길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산길, 아마도 금년 여름산행 중에서 제일 무더운
날씨가 아닐까 싶었다.▼
내 몸은 지쳐갔다. 더위에 지쳐갔고, 가파르고 험란한 산길에 지쳐갔다.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왔다. 손만 내밀면 금새 잡히고 말듯
도일봉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비록 몸은 지쳐갔지만 그래도 풍광 좋은 곳 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드디어 해발 800m의 중원산 정상이다.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사진촬영하는 순간마저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산행이라면 누구보다도 일가견을 갖고 있는 친구였지만 시청에서 중책을 맡고부터
퍽 오랫동안 산행을 못했던 터라 오늘 산행이 엄청 힘든 듯 했다. 그나저나 저기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저 뱃살은 언제나 없어질까? ㅠㅠ ▼
우린 가능한 한 짧은 코스로 하산하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 강했다.
따라서 중원리 주차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 중에 나타난 기이한 소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그것은 흡사 또아리를 틀고 있는 비단 구렁이의 모습같았다. 그 동안 산행을 하면서
아름답고 잘 생긴 무수한 나무들을 보아왔지만 이 소나무 역시 여느 나무 못지않게
훌륭한 모습을 갖춘 나무였다. 참으로 기이한 나무였다. ▼
워낙 많은 땀을 흘린 탓에 오늘도 예외 없이 사타구니 주변이 쓰라려 왔다.
쓰라림 때문에 발 걸음이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엉거주춤한 발걸음은
필연적으로 느릴수 밖에 없었고..마음은 급한데 날머리인 중원주차장은 아직
1.055km나 더 내려가야 했다.▼
드디어 중원마을로 내려섰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고난의 구렁텅이
에서 어렵사리 빠져나온 듯 시원스러웠다.계곡으로 달려가 무더위에 달궈
진 몸을 씻고 또 씻었다.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부르고 막 그늘에서 쉬다가 우연찮게 버스 시간표를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버스가 금새 도착할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하고 있었다. 택시기사께 전화로 알려주고 그냥
버스에 승차하고도 싶었지만 여리디 여린 내 마음은 그럴만 한 배짱이 없었다.
덕분에 거액의 택시비만 소진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