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산
중국의 열자가 말했다.「산책을 하되 완전하게 하라.
완전한 산책자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걸으며 그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바라본다.」라고....
그렇다. 이 말의 의미는 산행을 관찰하는데서 기쁨을 찾지
않고 명상하는데서 기쁨을 찾는다는 것이리라....
이를 악물고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산이 아니고 산책처럼 산을
오른다면 보다 더 아름다운 산행이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나는 어떠했는가? 무엇에 급히 쫓기듯 질리도록
빨리만 고집했고, 서둘기만 했었다.
이제 나의 산행패턴도 심각하게 그 전환을 고민해봐야 할 때가
온듯 싶다.
천천히... 여유롭게....
발길로 걷는 산길에서 마음으로 걷는 산길로.....
눈으로 느끼는 산행에서 가슴으로 느껴보는 산행으로......
열자의 지적처럼 산행을 늘 산책하는 기분으로..........
정답은 이미 나왔다. 바로 오늘과 같은 산행이면 족하리라.
산행 일시 : 2011. 3. 5(토)
산행 코스 : 남양주시청 건너편~약수터~정상~마치고개
산행 시간 : 약 4시간
누 구 랑 : 좋은 분들이랑...
범계역에서 이촌역까지 이촌역에서 다시 중앙선으로 환승하여 도농역까지..
서둘러 출발하기도 하였지만 환승이 곧바로 이뤄지는 바람에 당초 약속시간
보다 30여분 빠른 시각에 도농역에 내릴 수 있었다. 오늘 산행, 모든 것이 순조
롭게 이어 질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남양주 시청 맞은 편에 있는 산행들머리이다. "목민(牧民)을 잘 하는 자는 반드시 인자해야
하며, 인자(仁慈)하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淸廉)해야 하고..." 이곳이 다산 정 약용
선생의 출생지라서 그런지 큰 활자로 목민심서의 글귀들이 또박 또박 새겨져 있었다. ▼
목재테크로 잘 다듬어 진 계단이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등산로는 초입부터 대체적으로 평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가족산행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을 것 같았다.▼
산길에 접어든지 10 여 분쯤 됐을까? 산골 속에 호젓한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 깊지 않은 산골 속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약수터, 빨간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그릇에는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에 분주한 백병산이 떠있었고, 꿀꺽꿀꺽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물맛은 여지없이 나른한 봄날의 갈증을 삼켜버렸다.▼
수리봉이었다. 백봉의 정상은 이제 약 3KM를 남기고 있었다.▼
여느 산처럼 백봉산에도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기원하는 돌무덤이 있었다.▼
그곳엔 육중하면서도 기이한 바위도 있었다.▼
백봉의 중턱에 있는 풍광 좋은 곳에 둘러앉아 그 분들께서 정성껏 준비해 온
푸짐한 음식으로 요기를 하였다. 우린 빈 배낭만 매고 갔었기에 그냥 먹기만
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
정상은 이제 2KM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정 약용 선생의 글이다. ▼
해발 590m의 백봉산 정상이다. 백봉산은 산봉우리 형체가 잣송이 같다고 하여
잣봉이라 부르며 백(栢)봉은 한자표기이다. ▼
사랑스런 아우들과도 기념촬영을 하였다.▼
합동산행을 기념하기 위하여 단체사진도 촬영해 두었다. ▼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화도읍 마치터널로 내려왔다.▼
천마산으로 향하는 들머리이다. 당초 계획은 천마산과의 연계산행도 검토했었지만
여럿이서 하는 산행이라서 아무래도 무리일 듯 싶어 여기에서 마감하기로 하였다.▼
<에필로그>
산행을 하나의 큰 의식이라고 가정해 봤을 때, 정상에 오를 즈음 우리는
이미 의식의 핵심은 통과한 셈일 것이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고 또 하산에
성공했다고 해서 산행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뒤풀이도 엄연한
산행의 한 의식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 오늘도 우리는 산행의식을 멋지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조용하고 운치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물론 맛 있는 오리고기를 안주삼아
한 잔 술도 곁들었다. 오늘 산행은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지면서
분명 의미있는 의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전해
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