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영심봉~원터마을
당초 오늘의 산행계획은 지리산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 다행히 모 산악회에서 백무동계곡을
출발하여 천황봉을 오른 다음,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의 제법 마음이 땡기는 산행계획이
있어서 내심 동참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당일 산행코스로는 양호한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이 코스는 10 여년 전에 걸었던
길이라 그 때의 추억을 반추해 볼겸해서 단단히 작정하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밤에 전혀
의외의 복병을 만나 대사가 그르치는 우를 범하고 만것이다.
모처럼 고향 후배들이 몰려와서 한 잔을 청하는 바람에 밤늦게 까지 술잔을 기울이다가
할 수 없이 지리산행을 포기하고 "꿩 대신 잡은 닭"이 바로 모락산~원터마을 산행이었다.
이렇듯 속세의 생활에 깊숙이 빠져들다 보면 그르치는 일들이 많다. 그렇다고 전혀 세속의
일들을 모른체 할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지난 한 주도 수 많은 인간군상들과 어울려 복잡다난한 생활을 영위했었다.
그러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찌들어 있었다. 찌든 육신과 영혼을 치유할 시간이 절실했다.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자연속으로 푸욱 빠져드는 것이다. 가급적 오랫동안 그곳에서 머물
러야 한다.
산길을 걷자. 오래토록 걷자. 나 홀로 걷자. 그래서 속세에서 찌든 육신과 영혼을 치유하자.
그리고 자연과 동화하면서 그동안 무뎌져 있던 문학적 자양분도 함께 섭취하도록 하자.
산행 일시 : 2010. 10. 16(토)
산행 코스 : 모락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영심봉~원터마을
산행 시간 : 약 7시간(알바 포함)
누 구 랑 : 나홀로 산행
모락산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돌무덤이다. 내가 알기로도 저 돌무덤은 수차례 수난을
겪었다. 어느 분께서 저렇게 정성스럽게 쌓아놓으면 또 다른 분이 기를 쓰고 돌무덤을
헐어버린다. 아마 종교적인 가치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해발 385m의 모락산 정상이다. 공교롭게도 이 높이는 사량도 지리망산과 같은 높이이다.
물론 지리망산은 바다로부터 바로 올라치기 때문에 같은 높이라 해도 표고가 어느 정도의
높이를 차지하고 있는 육지의 산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만 아무튼 해발높이가
같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백운산으로 향했다. 모락산에서 백운산으로 향하는 길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차마 길이라고 볼수도 없었다. 더구나 낙엽이 길위를 덮고 있어서 애를 태워야
했었다. 무작정 길과 유사하다 싶으면 따라 걸었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지난 곤파스
태풍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모락산에서 백운산을 찾아 헤맸다. 이른바 모진 알바가 시작된 것이다. 이리저리
길이다 싶으면 따라 걸었고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시간은
흐르고 배는 고파왔고 몸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동네산에서도 알바는 예외가 아니었다.
산길을 포기하고 일반 도로를 타고 백운산에 접근하기로 하였다. 길라잡이가 나타났다.
이제 방향감각을 되찾은 듯 싶었다. ▼
길을 찾아 헤매다 보니 어느 순간 과천~수원 고속도로로 접어들게 되었다.
도무지 산길이 연결되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걸으면서 백운산 진입로를 탐색해
보았지만 진입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의왕터널공사 현장으로 접근하면서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받았다. 폭파작업을 하기 때문에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진퇴양난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산행을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 갈수는 없는 것
이었다. 공포감이 밀려왔다. 특히 터널속을 걸어갈때는 무척 위험하게 느껴
졌다. 왜냐하면 공사로 인해 어느 지점은 보도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과 더불어 찻길을 걸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으리오...
겨우 겨우 천신만고끝에 길을 찾았다. 오매기 저수지 근처인듯 싶었다.안도의
한 숨이 절로 나왔다. ▼
백운산 정상까지는 1380m를 남겨두고 있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반가웠다.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는가? 무엇보다 이 길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태워야만 했었다. ▼
정상은 이제 150m를 남겨두고 있다. 몹시 갈증이 났지만 물은 정상에서 마시기로
하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무려 3시간 이상을 물 한모금 안마시고 걸어 온 것
이었다. 백두대간 마루금도 2시간에 한번씩은 쉬는 법인데 아무리 알바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산행은 하드트레닝이 분명했다.▼
백운산 정상이다. 이 길라잡이는 용인시에서 설치해 놓은 것이다.
해발 567m의 백운산 정상이다. ▼
정상석의 앞면이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알바를 하는 바람에 아직도 갈길은 멀기만 하였다. 해서, 우선
타는 목마름만 해소하고 행동식은 조금 더 걷다가 바라산 정상쯤에서 하기로 하였다.▼
오매기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었다. 나는 바라산으로 향해야 한다.▼
드디어 바라산 정상에 이르렀다. 정상에서 바라 본 백운호수와 모락산이 선명했다.▼
정상에서 바라 본 웅장한 관악산의 모습이다.▼
해발 428m의 바라산 정상이다. ▼
바라산 갈림길이다. 나는 하오고개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바라산에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이다. 이곳에서 하오고개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이 길은 처음 걷는 길이다.▼
산길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청계산. 하오고개 방향으로 계속 걸어야 한다.▼
해발 425m의 우담산이다. 그러나 나는 우담산 정상을 지나면서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정상목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사진은
다른 분이 촬영한 사진을 훔쳐 게시했다. 다음에 직접 촬영해 와서
교체할 때 까지는 저작권 침해 운운해도 어쩔 수 없다.▼
영심봉이다. 나는 하우현 성당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천주교 공동묘지에서 바라 본 백운호수와 모락산의 모습이다.
다리가 몹시 아파왔다. 쥐도 났다. 아직까지 산길을 거닐면서 단 한차례도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다리에 쥐가 나다니....ㅠ 큰 일이었다. 쥐가
한 번 나기 시작하면 계속 난다고 하는데...이제 나의 산행도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다행히 산행 날머리는 440m만 남겨두고
있었다.▼
보도 터널이다. 이 터널을 통과하여야 안양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터널 역시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닌 흉물이었지만 아까 차량이 줄기차게 달리는
의왕터널을 걷던 일에 견주어 보면 양반이었다.▼
터널을 지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청계 톨게이트 방향에서 안양방면으로 오는 도로이다. 길이 시원스레 뚫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