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산의 봄...
때는 바야흐로 완연한 봄기운에 취해 야들야들한 여인네의 속살처러 돋아나는 연초록 빛 새 생명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계절, 이 계절을 맞아누군가가 바쁘거나 몸이 성하지 못해서 산에 오를 수 없었을
때엔, 내가 대신 산에 올라 대자연의 아름다운 교향악을 그의 가슴에 아낌없이 들려주고 싶다.
그 만큼 봄날에 펼쳐지는 우주의 오묘한 행위예술은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해서, 나는 오늘도 어제의 낙남정맥의 산행으로 다소 힘들고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자 집에서
가까운 모락산으로 향했다. 모락산의 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지금부터 모락산의 부드러운 속살이
돋아나는 신비스런 현장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산행 일시 : 2010. 4. 18(일)
산행 코스 : 약수터~체육공원~정상~절터~나자로 마을~약수터
누 구 랑 : 나홀로
산행시간 : 의미 없음
유난히 길었던 지난 겨울,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하..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봄.. 우리 아파트에도
분명 봄은 오고 있었다. 아파트 테마공원에서는 봄의 전령인 개나리와 목련꽃이 활짝 만개하여 싱그러운
봄 내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얀 목련, 다른 각도에서 보니 문득 설화가 피어 있는 듯 했다.
산행 들머리인 LG 아파트 약수터이다.
약수터에서 바로 시작되는 깔딱고개를 오르고 나면, 숨을 고를 수 있는 산길이 이어진다.
이곳 저곳에서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여느 산의 길라잡이와는 달리 이곳 모락산의 길라잡이들은 산뜻한 인상을 주고있다.
정상으로 향하려면 일단 저 통나무 계단부터 올라야 한다.
체육공원이었다. 아니다. 오늘은 체육공원이라기 보다는 천상의 화원이었다. 그것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그리움의 물살을 황홀하게 불태우는 봄꽃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화원이었다.
꽃 피우는 일 하나로 목숨을 불사르듯 가지마다 줄기마다 온통 꽃을 피우고 선 벚꽃들의 몸놀림이
내 마음에 드리운 그리움을 아프게 아프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진달래는 봄 숲에 풀어놓은 선연하고 눈부신 물감이었다. 그것은 겨울동안 침묵의 산이 안으로 가꾸고
간직해 온 가장 은밀한 속뜰을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결 앞에 활짝 드러내 보인 혼의 빛깔이었다.
멀리 수리산이 보였다.
금년들어 모락산은 목재테크 계단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 계단은 오래 전부터 설치해 놓은 계단이다.
나는 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계단 왼편 바위를 타고 오른다. 물 한 모금 나지 않을 것 같은..
흙 한 톨 없을 것같은 육중한 바위 틈새에서도 이렇게 새 생명은 봄을 움트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모락산 암벽 훈련장의 모습이다.
백운산이 보이고, 그 바로 넘어에 광교산도 보인다.
새로 설치된 전망대의 모습이다. 희뿌연 날씨 탓에 전망대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돌 무덤이다. 이곳 돌무덤은 돌들의 수난의 현장이다. 누군가가 힘겹게 쌓아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헐어버린다. 그러기를 수년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진으로
보아도 돌무덤이 일부 무너져 내린듯 싶다. 굳이 애써 쌓아놓은 돌더미를 쓸어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마니즘과 기독교의 사이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권유해 본다.
멀리 관악산도 보였다.
해발 385m 모락의 정상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16개 시가 한눈에 보인다는데
오늘은 몇개나 보일까?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 역시 목재테크로 설치해 놓은 계단길이었다.
낮은 산이라고 방심하면 금물이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봉하마을의 부엉이 바위도 그리 높지 않았다.
목재 계단길도 소나무가 있어 제법 운치가 있었다.
모락산성 안내판이다.
모락산성은 군사요충지였다고 한다.
모락산은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모락산 전투의 개요이다. 아무리 모락산성이라고는 하지만 평화스런 천상의 화원에서
"전투"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산 능선에 꼭 이렇게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군대 상황판 같은 구조물들을 설치해 놓아야만 하는 것일까? 꼭 필요하다면
그 숫자는 하나 정도면 충분할 듯 싶었다. 그 이유는 이곳은 반공교육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승기념비란다.
고인돌이었다. 아니 돌이 아니라 육중한 바위였다.
연두빛 새 봄을 잉태하기 위해 저 나무들은 가을엔 무성했던 잎새들의 영광을 떨쳐버리고
겨우내내 허허로움을 견뎌냈다. 그리고 저렇게 신록의 상쾌함과 정갈함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절터 약수터이다. 물이 졸졸졸 흐른다.
고즈녁한 분위기의 절터이다.
갈림길이었다. 나는 엘지 아파트 입구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산길에도 목재테크의 계단은 설치돼 있었다. 저 계단을 설치하지 않으면 등로가 계속해서
넓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단 옆에는 많은 산객들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등로가 나 있었다.
고분 유적지라고 한다. 향후 정밀조사를 위해 일대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적지의 보존 현장이다. 무슨 유물들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온통 초록에 둘러싸인 주위를 관망한다. 초록, 연초록 빛!!
그것은 분명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다. 그러나 초록은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그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초록을 좋아하고 초록빛 사랑을 원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 와 평소 가보지 않던 아파트 외곽을 둘러보았다. 역시 꽃들의 찬란한 무대였다.
입주한지 6년째 되는 나의 보금자리이다. 지금까지 홈타운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요즘들어 같은 회사에서 지은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가 요즘 시쳇말로 뜨는 모양이다.
힐스테이트로 바꿔주겠다고 한다. 겉만 바뀌면 어쩌자는 것인가? 안도 바꾸던지 아니면
그대로 보존하던지 그럴 일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참으로 알수가 없다.
아파트 단지 안의 모습이다. 저렇게 멀쩡한 아파트를 그 까짓 브랜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