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갈림길~길매봉~청계산~오뚜기 고개~강씨봉~채석장

*산울림* 2009. 12. 7. 17:47

 

 

어제 하루는 온 몸이 거의 동태가 되다싶이 얼어 있었다. 날씨만 받쳐주었더라면 멋지고 여유있는

산행이 될 수 있었을 터인데 초겨울에 의외의 복병을 만나 산길이 고생길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지난 주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던 코스였는데 생각외로 축복의 하얀 눈이 내려 황홀한 눈꽃들의

향연을 보았었고 적당히 추운 날씨 덕에 멋지게 피어 난 상고대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희망에 부풀어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일에 실망이 따를 수도 있고 또한,

그 반대로 거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밖에 기대할 수 없는 일에도 전화위복이라는 이름으로 실망에서

희망으로 반전되는 경우를 그 동안 수 없이 보아왔다.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오늘 산행은 어찌

전개될지 섣부른 희망도 그렇다고 미리부터 기대치를 접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자. 다만, 오늘 걷게

될 산들이 위치한 포천지방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예보가 다소 마음에 걸렸다.

 

 

산행 일시 : 2009. 12. 6(일)

산행 코스 : 원통산 갈림길~길매봉~청계산~오뚜기 고개~강씨봉~채석장

산행 시간 : 약 7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 우리

 

오늘 산행 들머리이다. 원통산과 길매봉의 중간에 위치한 도로이다. 이 도로는 한북정맥 원통산

구간인 제1구간의 날머리이기도 하다. ▼

 

 

산길은 당연히 러셀이 되지 않았다. 선두팀들이 러셀을 하면서 앞으로 진행하였고 우린 그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계곡이라서 그런지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러셀이 안된 산길은 그만큼 힘이 들었다. 우린 한참 동안을 길매봉을 향하여 오르기만 했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길매봉은 1.23km나 더 진행해야 한다. ▼

 

 

길은 가파르게 이어져 있었다. 어제 산행이 날씨는 악천후였지만, 백두대간치고는 너무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있었다면 오늘은 일단 날씨는 청명했지만 산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길이었다.

길매봉 직전의 전망좋은 장소에서 운악산을 배경으로 한 컷 땡겼다. ▼

 

 

 

드디어 해발 785m의 길매봉에 이르렀다. 아담한 크기의 정상석을 손으로 만지며 기념촬영을 하였다.

하지만 사진에서 정상석의 글씨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보고만 가라는 뜻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무잡잡한 돌에 검은 글씨를 박아 놓았으니 보일 턱이 없다. 정상석을 설치한

주체가 어느 곳인진 몰라도 너무 무성의했고 차라리 설치하지 않으니만 못하였다. ▼

 

 

길매봉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험로였다. 그 길엔 눈이 쌓여 있었고 그 눈은 낙엽위로 쌓여 있었다.

길이 몹시 미끄러웠다. 더구나 내가 착용한 아이젠은 네발 아이젠이었다. 주문한 체인형 아이젠이

미처 내게 도착되기 전에 산길을 나섰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주 정도는 버텨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찾은 산에 폭설이 내리고 만 것이다.

 

어려웠다. 위험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움직였다. 공포가 엄습했다.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참으로 힘들게 힘들게 하산했던 위험천만한 길이었다. 갈림길에 이르렀다. 아마 대부분의 등산객

들이 청계산이나 길매봉을 오르려면 바로 청계저수지를 들머리를 하여 오를 법 하였다. ▼

 

 

이제 청계산 정상은 860m를 남겨두고 있었다.

 

 

지나 온 길매봉의 모습이다. 눈으로만 보아도 몹시 험준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

 

 

갈림길에서 청계산으로 오르는 길도 무척 가파르고 험준한 길이었다. 눈길이 아니었다면 그저 단숨에

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 길은 눈이 수북히 쌓여있는 길이었다. 견고한 아이젠만 착용했어도 그저

그런 산길이었을텐데 지금은 네발 아이젠의 한계를 보는 듯 했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 가며 어렵사리

해발 849m의 청계산에 이르렀다. ▼

 

 

청계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수도권에만 3개나 있다. 하나는 의왕과 과천, 그리고 서초구에 걸쳐

있는 산이고 또 하나는 양평에 있는 산이다. 그리고 이곳 포천에 있는 산을 합해 모두 3개나 된다.

이 3개의 청계산 중 가장 가파르고 험준한 산은 단연 이곳 포천의 청계산이었다. ▼

 

 

다시 발길은 강씨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청계산에서 강씨봉으로 향하는 길은 대체적으로 평탄했었

지만 적설량이 많아 보행속도가 느려졌다. 지금까지 그런대로 평온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산길이 어제처럼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까지

그 동안의 산행을 통해 터득한 산행 노하우를 생각하며 점점 힘들어 하는 마음을 추스렸다.

 

첫째, 산길은 몸으로 걷지말고 마음으로 걷되, 가급적 산행을 즐기면서 하라. 둘째,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꾸준히 걸어라. 셋째, 오르막길을 오를 때에는 최대한 보폭을 작게 해서 천천히 걸어라.  

넷째,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니 늘 겸허한 마음으로 산을 느끼며 걸어라.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한결 피로가 풀리는 듯 싶었다. 그러는 사이에 갈림길에 이르렀다. 귀목봉

1.2km, 눈길만 아니었다면 다녀오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오뚜기 고개 방향으로 향하였다.▼

 

 

손에 잡힐 듯 포천 시내가 보인다. 그리고 일동과 이동의 주변 산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우리가 진행해야 할 능선의 모습들이다. 역시 한북정맥의 능선들은 장쾌하기만 하였다. ▼

 

 

능선을 따라 거닐었다. 산은 역시 정직했다. 오르막 능선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내리막 능선이 나타

났다. 평소 같았으면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을 선호하였을텐데 오늘은 눈길이라서 오늘은 아이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내리막길이 무척 힘이 들었다. 넘어졌다가는 일어서기를 몇번이고

반복해야만 했었다. 그러는 사이에 오뚜기 고개에 이르렀다. ▼

 

 

 

드디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해발 830m의 강씨봉에 이르렀다. 강씨봉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강씨봉 남릉 오뚜기고개 동쪽 텃골(적목리 논남기 계곡)에 강씨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고, 또 하나는 궁예의 폭정을 간언한 강씨부인이 귀양에

보내져 같은 텃골에서 숨어 살았다는 것이다. ▼

 

 

 

강씨봉에서 바라다 본 한북정맥의 산군들의 장쾌함이 흡사 희말라야의 산맥들과 같아보였다.

오늘은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카메라 사고까지 발생했었다. 강씨봉에서  다른 분께 정중히 부탁해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컷 땡기고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촬영한 사진을 점검해 봤다.

 

그런데 아직은 기계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터라 촬영한 사진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 저것

카메라의 여러 부분들을 만져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하산하였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강씨봉 정상석을 비롯해서 중요한 몇장의 사진들이 증발했음을 알게 되었다. ㅠ ▼

 

 

무심코 도성고개로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동면(채석장) 방면으로 향해야 한다. ▼

 

 

채석장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도 가파른 길의 연속이었다. 오늘 역시 마지막까지 산길이 미끄러워

악전고투를 하여야 했었다. 그러는 사이에 산행시간은 7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사진은 오늘

산행의 뒷풀이 장소이다.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밤 시간에 귀가하였다. 아파트 입구에 이르니 언제 설치했는지 크리스 마스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내가 산길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에도 성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