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사진첩/천왕봉~추풍령

복성이재~봉화산~광대치~월경산~중재~터널

*산울림* 2009. 11. 5. 13:47

 

 

오늘 백두대간 마루금 이어걷기는 당초 경기우리 산악회를 통해 걷기로 돼있었으나 내가 원적을

두고 있는 안양 산죽회의 갑작스런 사정에 의한 산행일정 변경으로 그곳 산행에 참여하느라

불가피하게 이곳 백두대간산행에 함께 할 수 없었다. 한 구간이 빠져 늘 찜찜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안양권에 있는 산악회를 탐문한 결과 마침 내가 빠진 백두대간의

구간에 대한 산행 일정이 잡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내게 있어서는 오늘 산행이 이른바 "땜빵산행"인 셈이었다. 물론 이곳 산악회 분들과는

첫 산행이었으며 그러기 때문에 나이가 먹어도 낯가림 현상은 어쩔 수 없었던지  분위기는 자연

어색하고 서먹서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땜빵 산행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어색함 정도는 슬기롭게 참고 넘겨야 할 것이다.

 

산행 일시 : 2010. 2. 21(일)

산행 코스 : 복성이재-다리재-봉화산-광대치-월경산-중재

산행 시간 : 약 5시간

안내 산악회 : 무지개 산악회

 

 

복성이재라고 써 있는 이정표 곁으로 '중치 12.1km'라는 안내판이 달려 있었다. 오늘 산행은 치재,

꼬부랑재, 봉화산,월경산을 넘어 중재로 가야 할 산길이었다. ▼

 

 

복성이재의 행정구역은 정확히 말해 전북 남원시 아영면 복성리 성암마을이다. ▼

 

 

 

조금 더 내려가면 강남제비가 흥부를 찾아와 박씨를 떨어뜨려 주었다는 아영의 성리마을이다. ▼

 

 

복성이재에서 봉화산에 오르는 길은 잠깐 사이에 많은 고갯길을 지난다. 치재, 꼬부랑재, 다리재 등등..

모든  고갯길이 한때는 인파로 붐볐을 터인데 이젠 대간꾼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발길이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고개들이다. 봉화산으로 가는 길은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사진에서 처럼 철쭉나무 터널을 뚫고 지나

가야 한다.▼

 

 

해발 660m의 치재에 이르렀다. 치재의 유래에 대해 여기저기 자료검색을 해보았으나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쉬웠다.

 

 

산길은 응달지역에서는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였지만 저처럼 양달지역에서는 얼음이 녹아내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매번 아이젠을 착용했다. 벗었다를 반복할

수도 없었다.▼

 

 

나무들은 왜 하필 산꾼들이 다니는 산길 위로 넘어지는 것일까?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걸으면서 나는 수 없이

근원적인 물음 앞에 걸음이 멈춰지고 있었다. 그만큼 산길이 무거웠으리라. 그만큼 대간 길이 힘들었으리라.

그만큼 부대낀 삶을 살고 있었으리라. ▼

 

 

길라잡이가 무척 단조로웠다. 지나 온 길은 복성이재요, 진행할 방향은 봉화산이다. 길은 외길인데

저 이정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 길라잡이가 의미가 있으려면 최소한 거리정도는 기재돼 있어야

했었다. ▼

 

 

지나온 산길을 되돌아 보았다. 분명 시간상으로는 얼마 걷지 않았는 듯 싶어도  뒤돌아 보면 저처럼 먼 거리를

걸어 온  것이다. 저 봉우리들도 저마다 마음을 담고 흐르고 있을까.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지나는 구름 사이로

보였다. 고남산도 보였다. 고남산에 올랐던 날이 불과 몇개월밖에 아닌데도 아득하기만 하였다. 

멀리 천왕봉도 보이고 반야봉도 보였다. 우리네 인생여정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잠깐의 시간같아도  되돌아

보면 우린 너무 먼 거리를 헛되이 지나쳐 오고 마는 경우가 많을것이다. ▼

 

 

해발 919.8m 봉화산 정상이다. 봉화산 정상은 억새와 싸리나무들로 가득했고 하늘은 그 위로 눈부시도록

맑았다. 푸른 하늘 아래 세상은 눈이 닿는 곳마다 연한 구름이었으며 구름은 호수에 이는 잔물결처럼 일고

산은 외롭게 떠 있었다. 마치 구름의 바다를 떠도는 외로운  조각배 같았다. 어린 시절 시냇가에서 마음을

담아 띄우던 종이배 같았다. ▼

 

 

 

봉화산 정상석 뒷편에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표시해 둔 것이 이채로웠다. ▼

 

 

봉화산을 지나면서 산길은 편안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산길을 따라 우거진 억새밭이 연달아 이어진다. 

지평선처럼멀리 보이는 지점이 봉화산이다. ▼

 

 

우거진 억새밭 너머로 평화스런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멀리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지리산의

멋진 능선들도 보였다. 마치 나의 유년의 세월을 뒤돌아 보는 것만 같았다. 어찌보면 유년의 세월들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온 날들 속에서 가장 아쉽고 가장 그립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었다. ▼

 

 

백운산과 연비산을 가르는 연비지맥 분기점이다. 우린 백운산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봉화산을 떠나 온지 3.8km, 이제 광대치까지는 900m를 남겨두고 있다. ▼

 

 

해발 820m에 자리한 광대치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 길라잡이에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예 글씨가 없다. 썰렁했다. 마음 씁쓸했다. 관리가 되지 않았다. 관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없다면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

 

 

마치 자기가 속한 산악회의 영역이라도 표시해 두려는 것일까? 안전 철책에 매달린 수 많은 리본들의 모습이다. ▼

 

 

월경산 갈림길이다. 좌측으로는 오늘 산행 날머리인 중재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약간 비껴 서 있는 월경산에 오르는 길이다.▼

 

 

월경산(980m)에 오르니 끝없이 이어진 조릿대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정상석이 없어서

허전한 마음 달랠 길 없었다. ▼

 

 

중재로 내려가는 길은 지루했다. 더구나 아이젠을 너무 빨리 벗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이 백운산이다. ▼

 

 

중재(695m)에 내려섰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이다. 이제 천왕봉~추풍령 구간은 오늘 땜질 산행을 통하여

완전히 매꿔지게 되었다. ▼

 

 

뒤풀이 장소인 터널 입구 도로변이다. 이곳에서 남원까지는 33km라고 표시돼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산행도 결코 가벼운 산행이 아니었다. 그러나 땜질 산행을 마쳤기에 마음이 홀가분하다. ▼

 

 

 

   hope 

 

2010.02.22 18:39

백두대간 길목에도 봄이 살며시 오고 있지요?
눈부시게 푸른하늘에서도 봄의 기운이 일렁입니다..

분명 어디가 어딘지는 잘은 몰라도
지리산이 멀지 않으리라는 가늠을 해 보았답니다.
.
지금 지리산의 문은 잠겼지만 저는
올여름 다시한번 종주를 계획중 입니다..

2010.02.22 20:27

맞습니다.
복성이재~봉화산~중재 구간은 크게 보아
지리산의 품 안에 들어오는 산이랍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봄의 기운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답니다.
지리산 종주, 좋지요... 저는 지리산의
주능선 종주, 화대종주는 몇 차례 해봤지만
지리산 태극종주가 아직이랍니다.
기회되면 반드시 태극종주를 마칠 계획입니다...^^

 

 

  좋은하루

 

2010.02.23 16:37

백두대간길 얼마남지 안았나오네용
지난주말에 직원들과 한라산백록담 등반햇는데 눈꽃이 절경이던데 님은 매일 절경을 즐기시니
참 대단하십니다.   이젠 눈이 점차녹아내리니 발길 조심하시고 백두대간이 끝나는날 까지
즐건산행 계속되시길---
 

2010.02.23 22:40

맞습니다. 4월초면 거의 마무리돼갑니다.
그때부턴 조금 여유를 찾을 듯 싶습니다만...
또 출판준비도 해야하고.....^^

 

 

빗살

2010.02.24 13:47

그렇케라두 빵꾸 떼우셨으니 ~시원 하시겠어요~ㅎ

낯가림이 있으시다~?
글쎄올시다~^^*

 

산울림

2010.02.24 20:37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리....
특히나 뇨자분들 앞에서는
홍당무가 돼서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