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관악산(육봉,팔봉능선).삼성산

*산울림* 2009. 11. 2. 11:03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백두대간 종주를 몇 걸음 남겨두지 않은 우리에게 진정 잔인한

배반으로 다가오고 마는가? 출발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단 한 순

간도 예외없이 우리가 통과할 한계령 구간에 비가 내린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랬었다.

조침령~한계령 구간은 가을비 몇 줄기에 여지 없이 좌절되고 말았다.

 

조침령~한계령 구간은 통제구역이라서 통상적으로 북진산행을 하는 산꾼들도 불가피하게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한계령에서 출발하는 남진형태를 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새벽녘에 한계령을 출발

하기 때문에 멋진 설악산의 비경들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해서, 우리 산악회에서는

미리 국립공원 관계자분들과 사전 협의를 하여 조침령에서 출발하여 낮시간에 한계령을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비는 눈을 동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설악산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만물상 등 위험한

암능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데 있어서 크나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처럼 확보해 둔 좋은

기회는 이렇게 해서 무산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우선적으로 안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조침령에서 회차

하였다.

 

집을 떠날 때, 어머님이나 집사람이 한결같이 빗길에 위험하니 오늘 산행은 포기하는게 좋겠다고 

당부했었는데 고집불통인 나는 단체산행임을 빙자하여 그 고집을 접지 못하고 밤을 지새워가며

조침령까지 갔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분의 말처럼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을 터이고 백두대간의

마루금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을 터이니 아쉬움을 버리고 다음 기회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 꿩 대신 닭이라고 오늘은 가까운 관악산이나 오르기로 했다. 다른 일행들께서는 삼성산을

오르기로 했지만 평소 운동 양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보다 더 많은 산길을 걷기 위해 육봉과 팔봉을

거쳐 다시 삼성산을 넘기로 했다. 물론 나홀로 산행이다.

 

산행 일시 : 2009. 11. 1(일)

산행 코스 : 과천종합청사~육봉능선~팔봉능선~삼성산~안양예술공원

산행 시간 : 약 4시간

특기 사항 : 육봉 국기봉에서 막걸리 한 잔 사 마신 시간외에 일체의 휴식시간도 없는 강행군이었음.

 

 

조침령에서 회차하여 새로 개통된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가평 휴게소에서 미리 준비해 간 아침을

먹었다.생각 같아서는 이곳에서 가까운 명지산이나 올랐으면 싶었지만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하였다. 사진은 잘 단장된 가평휴게소이다.  ▼

 

 

 

안양에 도착하여 일행에서 이탈한 나는 시내버스를 이용,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하차했다. 청사 앞의

넓지막한 운동장 주변 곳곳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조형물들이 깊어가는 만추의 정취를 물씬 느껴지게 하였다.▼

 

 

 

 

 

 

보지 않아도 좋을 것은 보지 말고, 듣지 않아도 좋을 것은 듣지 말고, 읽지 않아도 좋을 것은 읽지

말며, 먹지 않아도 좋을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적게 보고, 적게 듣고, 적게 읽고, 적게 먹어야 

마음이 평온해지는 단순한 삶이 이루어진다는 법정스님의 말씀도 있지만 오늘은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보기로 하였다. ▼

 

 

 

 

샛노란 은행잎이 눈을 시리게 하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는 저 아름다운 잎들이 오래

토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저 가로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며칠간만이라도 푹 쉬셨으면 좋겠다. ▼

 

 

 

아름다운 은행잎들에 파묻혀 얼마간을 걸으니 육봉 들머리였다. ▼

 

 

 

산행 들머리에는 입산 통제 안내판이 있었다. 문득 통제기간을 살펴보니 바로 오늘부터 통제기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통제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았다. 퍽이나 운이 좋았다. ▼

 

 

육봉능선으로 향하는 길은 예전과는 달리 목재테크로 다리를 놓는 등 비교적 잘 단장되어 있었다. ▼

 

 

 

 

문원폭포에 이르렀다. 여름철 장마기간외에는 육봉의 계곡수를 보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았지만

어젯밤 내린 비때문인지 제법 많은 양의 물들이 모여 폭포수를 이루고 있었다.▼

 

 

 

 

 

낙엽쌓인 숲길을 따라 걸었다. 숲은 적막했다. 이따금씩 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란스럼에 기분이 상해지기도 하지만 될수 있는 한 잊기로 했다.▼

 

 

육봉 중간지점에서 바라 본 관악산의 능선들이다. ▼

 

 

 

드디어 장엄하고 육중한 육봉의 봉우리들이 하나 하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하마 바위의 모습이다. 영락없이 두마리의 하마와 닮은 꼴이다. ▼

 

 

육봉능선은 위험한 코스의 연속이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내린 후의 바윗 길은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나도 오늘 아찔한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다른 산꾼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간담이 써늘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육봉능선은 마지막 세개의 봉우리만 남겨두고 있었다. 육봉국기봉도 보이기 시작했다. ▼

 

 

육봉 국기봉에서는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순간 갈증이 몰려와 단숨에 막걸리 한 사발을 꿀꺽꿀꺽

둘이마셨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단 1분의 휴식시간도 없이 달려 온 산길이었다. 물론 나홀로

산행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팔봉능선을 걸을 차레이다. 팔봉능선과 삼성산이 보인다.▼

 

 

팔봉의 국기봉이다. ▼

 

 

국기봉을 설치해 놓았다는 표시로 콘크리트 구조물에 저렇게 크게 새겨놓았다. ▼

 

 

삼성산 송신소가 보인다. ▼

 

 

그리고, 삼성산 국기봉도 보였다. ▼

 

 

낡은 길라잡이의 모습이다. ▼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등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잠깐 잠깐 알바를 하기도 했었다. ▼

 

 

방금 넘어 온 팔봉의 봉우리이다. 막상 넘어오면 대수롭지 않지만 저렇게 사진으로 보면 아찔하다.▼

 

 

드디어 나의 발길은 팔봉을 넘어 삼성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관악의 정상,연주대의 모습이 아득하다. ▼

 

 

삼성산 국기봉에 도착했다. 오늘 삼성산에는 수 많은 인파가 몰렸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두고 싶었지만 워낙 많은 인파 때문에 엄두를 못냈다. 어느 산악회인지 오늘 같은 날은 기다리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라도 간단히 몇 컷만 촬영할 일이지 단체사진도 찍고, 독사진도 찍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두사람, 그리고 서너 사람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저러고 싶을까? 과연 산을

제대로 알고 오는 것일까? 때문에 나는 오늘 인물사진이라고는 단 한컷도 남길 수 없었다. ▼

 

 

깊어만 가는 가을은 삼막사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만추의 절경을 즐기려는 인파들은 불심 가득한

삼막사에도 가득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아까 삼성산을 오른다는 우리 산악회의 일행 중 한분에게 전화를 해봤다.

막 삼성산 산행을 마치고 예술공원 어느 식당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두말 할 필요없이 나 또한

합류하고 말았다. 그리고 1차, 2차. 3차까지 술을 마셨다. 오늘 좌절된 백두대간 산행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귀가 시간은 여덟시를 넘지 않았다. 사진은 삼성산 밑자락에 있는

길라잡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