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사진첩/일반 사진첩

고향땅을 다녀와서...

*산울림* 2009. 9. 14. 14:02

 

매년 이맘 때이면 선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다녀온다. 귀경길은 언제나 교통체증으로 짜증이 나지만,

의당 해야 할 일인데도 조그만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모든 친족들이

예초를 하고 묘제를 지낸 다음, 나무그늘에 모여 앉아 사람사는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특히

금년에는 삼겹살을 준비해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구어 먹으며 정겨운 담소를 나누기도 했었다.

 

선영의 묘소,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아주 좋다. 요샌 명당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고 한다. 뭐니

뭐니해도 접근성이 최고라고 한다. 아무 때이고 넓은 도로에 차를 파킹시켜 놓고 조상님들을 뵐 수 있다.

맨 윗분이 조부님과 조모님의 합장 묘소이며,  그 아래 좌측이 아버님의 묘소이고 우측은 생존하고 계신

어머님의 가묘이다. ▼

 

 

묘소 바로 앞에 있는 잘 생긴 소나무들의 모습이다. ▼

 

 

묘소 좌측 뒷편에 있는 산의 모습이다. 뒤에 제법 우람한 산이 태청산이다. 산자락에는 지금 상무대가 들어

서 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서 정상에 올랐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부터 나는 산을 잘 탄다는 소리를

들었다. ▼

 

 

앞산의 모습이다. 유년시절에는 저 산이 그렇게 높게 보일 수가 없었는데 지금 보니 야산 중의 야산이었다. 

후다닥 뛰어서 다녀오고 싶은 충동도 일었으나 다른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

 

 

나 홀로 슬그머니 마을 뒤에 있는 저수지로 향했다. 도저히 그곳을 다녀오지 않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듯

싶었다. 저수지 바로 밑에 있는 옛날 우리 논이다. 지금은 다른 사람 소유의 논이 돼버렸지만 탐스럽게도

벼가 잘 익어가고 있었다. ▼

 

 

유정 저수지의 모습이다. 나를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의미있는 저수지이다.

이 저수지에 관한 이야기는 몇 해 전에 써 둔 글이 있어 그 글로 대체하고자 한다. 저수지 끝에 보이는

마을이 유촌 마을이다. 저곳에도 가 보고 싶다. 다음 귀향시에는 꼭 다녀와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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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일상의 고달픈 일에 파묻혀 허둥대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간간이 낯익은 고향의 정경(情景)을

떠올리는 순간은  하루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명절 때나, 한식날이나 돼야 찾아 나서는 한적한 고향, 자치기, 연 날리기, 땅따먹기, 술래잡기

유년 적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지금 다시 재연(再演)하기엔 어느 새, 희끗희끗 들어버린 나이가

밉기만 합니다.

논과 밭, 산과 내(川).... 어느 것 하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만의 낙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저수지에 관한 음산한 추억의 한 토막을 꺼내볼까 합니다.
내 고향 모퉁이엔 산과 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배고픔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것이

소원이었으며 풍족한 물이 끊임없이 출렁이는 저수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늘만 쳐다보고 비가 내려

주길 기다리는 고질적인 천수답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드디어 산과 산 사이에 둑을 막아 하나의 저수지를 완성시켰습니다.이렇게 해서 축조된 저수지는 척박한

천수답을 옥토로 바꿔놓고 말았으며 덕분에 사람들의 삶도 제법 풍요로워졌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이들에겐 맘껏 수영도 할 수 있는 훌륭한 물놀이 터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만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저수지에서는 실로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병마에

시달려온 집안의 아주머니뻘 되시는 분이 식구들에 대한 죄스러움과 육신을 파고드는 고통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이곳 저수지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삶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억울하게 먼저 죽은 이의 원혼이 누군가를 초대했던 것일까요?

그 뒤, 이곳 저수지에서는 매년 한사람씩 귀중한 생명들이 맥없이 수장됐습니다.

환한 저승길의 꽃 빛깔 앞에서는 누구나 정갈해지는 것인지 그들은 한결같이 하얀 고무신을 곱게 벗어두고

삶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얼마 전, 또다시 저와 동갑네기인 한 친구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리를 들었

습니다.  아, 이승에서의 서러운 이유는 다 어디론가 속속들이 잊고 그처럼 쉽게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도대체 저수지에는 무슨 비밀이 있었을까? 저수지의 비밀은 어렵기만 합니다.

 

 

저수지 둑에서 내려다 본 들녘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