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세계/자작 글 모음

어머님의 수의(壽衣)...

*산울림* 2009. 5. 22. 20:13

 

지난 달,

어머님의 뜻에 따라 당신께서 돌아가시면

입으시게 될 수의를 준비하여 드렸다.

부모님의 살아 생전에

수의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무병장수 하시고

자식들에게도 복이 미친다고 들었다.

더구나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 구입하면

더욱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충 이렇다.

생로병사의 자연섭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몸과 마음을 삼가하기 때문에
건강해질 수 있고,

또 자식들에겐

"이 옷이 내가 죽으면 입을 옷이다." 라고

인식시켜 줌으로써 자식들의 마음속에 있는
효심이 표출하게 됨으로

결국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구입대금을 완납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어머님의 수의를 완비해 놓은

지금, 나는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모른다.

언젠가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게 되면

어차피 구입해야 할 수의,

지금 미리 구입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따르는

장례품목의 가격인상 등 어떤 의미에선

경제적인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비록 내 스스로,

어머님에 대한 효심의 발로에서
구입한 것은 아닐지라도 어쩜 어머님으로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조그만 소원 하나를

해결해 드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오직 자식들만 생각하며

평생을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 하시다

이젠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신 우리 어머님,
그런 어머님이 홀로 고향을 지키시건만

바쁘다는 이유로 일년에 한, 두 번 명절 때나
뵙는 것이 고작인데......


"나야 너희들만 잘 되면 더 이상 뭘 바라겠느냐.."


나직이 속삭이시던 그 한마디가 오늘 문득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실 때 입으실 옷, 그 자랑을

늘어놓던 날, 내 가슴을 울리고 말았습니다.

 

 

 윤달 든 어느 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