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해 따라 달 따라 세월이 흘러, 내 나이는
자꾸자꾸 늘어만 가는데 가버린 시간도 옛사랑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이없게도
얼룩진 마음으로 허허한 공간을 향해 소리지르고 싶다.
특히 산을 오를 때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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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의 중턱에 있는 소나무,
그것은 흡사 잘 다듬어진 분재임에 틀림없었다.
바위 틈새에서 아슬아슬하게
솟아 난 소나무가 기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불과 몇 미터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황사가 짙었지만 만고의 풍상을 견디어 낸
저 소나무와 땀으로 흠뻑 젖은 나의 모습은
선명하기만 했다.
예봉산,
불과 683미터의 산에 오르는 것이
이리도 힘이 든단 말인가?
더구나 오늘은
극심한 황사때문에 안계거리가 너무 짧아
악전고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은 정상에 오르는
자만이 분명 짜릿한 통쾌감을 맛볼 수 있다.
산의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마음을 넓히기 위한 것이지 안계(眼界)를
넓히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문봉!
일찍이 다산 정약용 삼형제가 이곳에 올라
학문의 도를 밝혔다(喆文)해서
명명된 봉우리이다.
오늘 세삼 정약용 형제의 기운을 얻어
시심을 움직여 볼까도 생각했지만
황사가 너무 심해 그만 두기로 했다.
해발 475미터의 적갑산!
적갑산 주변의 소나무가 무척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언제나 그랬듯이 소나무는 자연만이 간직한
따스한 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산행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많다. 그러나 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산행이란 한 번 가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자연의 오묘한 맛을 느낄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산행 당시에는 정상석이 없었으나 그 이후에 설치한듯 싶다. 다른분의 홈에서 살짝 퍼 왔다.▼
해발 610미터의 운길산..
예봉산, 적갑산을 돌아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산인
운길산에 올랐다.
지금 까지의 산길은 가파른 길의 연속이라서
무척 힘이 들었다.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산길은 한발, 한발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여정이야 어디 그런가,
상식과 순리를 무시하고 몇 걸음씩 건너 뛰거나
심지어는 날아 오르려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글쟁이가 역설적으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하였지만,
날개도 못 갖춘 사람이 날아오르려다 여지없이
추락하는 꼴을 보노라면 그 무모한 욕심이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운길산을 정복하고 하산길에 들러 본 수종사...
수종사 경내와 주변을 스켓치해 보았다.
묵언 (默言)이라고 쓰인 푯말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