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팔봉산
산을 오르다 보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가당치 않은 소리이긴 하지만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질 때가 분명 있었다.
아! 옛날이여,
기억저편으로 사라져간 그 날들은 과연 실제로 있었던 날들이었을까?
산등성이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수목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찬란하고 싱그러웠을 테지만 지금 맞이하는 그것들은 유독 가까이
오는 것만 같고 ......
그 찬란하고 싱그러운 의미를 알 것만 같으니 가까이 오는 것이 두렵고
뭔가를 안다는 것이 점점 무서워진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고 허둥대던
그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팔봉산 산행기 중에서
제1봉 ▼
제2봉 ▼
흔히들 팔봉산은 처음 찾는 등산객들을 세번씩이나
놀라게 한다고 한다.
그 첫번째는 팔봉산의 낮고 초라한 외형만 처다보고서는
" 저게 무슨 산?" 하고 놀라며
두번째는 막상 올라보니 가파르고 힘이 든 남어지
" 어, 장난이 아니네!" 하고 놀라며
마지막 세번째는 각 봉우리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홍천강을 비롯한 주변경관들을 내려다 보며
" 우와~ 쥑인다. 쥑여!" 하고 놀란다는 것이다.
제3봉▼
4봉의 해산굴 앞에서 멈춰 섰다.
해산굴, 태고의 신비를 안고 천연적으로 형성된 굴이다.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낀다는 이 굴은 많이 통과할수록
무병장수 한다고 하니 열 번 정도는 족히 통과했을 내 경우는
과연 얼마나 무병장수 할지 두고 볼이다.
제4봉▼
제5봉 ▼
제6봉▼
생각해 보면 나는 산과의 인연이 각별했었나 보다.
예나 제나 산은 늘 나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었던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던 모양이다.
유년시절에는 산간벽촌에서 삶의 한 방식으로 내 키보다 더 큰
지게를 짊어지고 종횡무진 산을 누볐으며 지금은 사는 것이 한결
여유로와 단순히 취미생활차원에서 산을 찾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산과의 인연을 계속 맺고 있다.
다시 말해, 옛날에는 고달픈 삶의 연장선상에서 내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산을 올랐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완성된 내 삶의 위치에서
조금은 사치스러운 산행을 즐기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산은 계속해서
올라야 할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제7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