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상하의 나라, 동남아....
- 여행 일자 : 2001.11.13~11.20(8일간)
- 여행 국가 : 태국, 싱가폴, 말레이지아..
k형,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나들이는 항상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하여 주는가 봅니다.
6.25이래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덕분에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죽어 지내다가 실로
3년 만에 떠나는 해외 나들이였습니다.
이번 여행에도 변함없는 k형의 큰 도움을 등에 업고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우리를 태운 여객기는 댓 시간 여의 비행 끝에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경에 방콕의 돈무앙 공항에 도착합니다.
우린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머물 파타야로 다시 이동해야 했습니다. 때
마침 태국의 기후는 우기가 지나고 비교적 시원하다는 건기 철이라고들 하지만 역시
침통더위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었답니다.
k형,
우리가 머물 파타야로 향하는 도중에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어느 휴게소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간, 저는 그만 아랫도리 부분을 극성스런 모기에 일격을 당하고 말았
답니다.
말라리아의 공포가 엄습해 오기에 준비해간 의약품으로 응급처치를 끝내고 다시 차를
달려 마타야에 도착한 시각은 거리가 어둑어둑해 진 것을 보니 오후 여섯시가 넘었나
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 소위 "알까자 쇼"를 관람하였습니다.
출연진 전원이 게이족 이었다는 사실이 이채로웠으며 화려한 무대예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k형,
둘째 날은 호텔에서 가까운 산호섬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명경지수처럼 맑은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제트스키와 낙하산 투어를 만끽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동심에 젖어 마냥 즐거웠습니다.
다시 농눅 빌리지로 이동하여 코끼리 쇼를 관람합니다. 네발을 이용한 축구와 농구게임,
큰 코를 이용한 코끼리들의 재롱과 각종 묘기에 우린 또 한번 탄성을 자아내야 했습니다.
육중한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트래킹하는 순서도, 세계의 사적유물들을 조각품으로 전시해
놓은 미니시암(소인국)관광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답니다.
k형,
셋째 날은 다시 방콕으로 이동하여 시내를 둘러봤습니다만, 낡은 양철지붕과 슬럼화 된
아파트 군들은 우리의 70년대 주거모습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다시 에머랄드 사원과 왕궁을
둘러봅니다. 높이 치솟는 누각과 사원들은 금박잎새. 자기. 유리로 찬란하게 장식되어 한동안
눈이 부셔왔습니다.
"자유의 땅" 이라고 하여 붙여졌다는 타일랜드, 지금 우리는 이 나라의 수도, 방콕의 중심가를
흐르는 강, 짜오프라야 강위에 서 있습니다. 흙탕물로 뒤범벅 돼 거세게 흐르는 강물위로 달리는
여객선에 나룻 배 두 어 척이 달려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접근한 배는 바나나와 물고기먹이용 식빵 등을 파는 게 고작인지라 어쩜수상시장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습니다만, 낚시가 금지된 사원 바로 앞, 강에서 서식하는 토실토실한 물고기
떼가 인상 깊었습니다.
k형,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방콕의 CROWN HOTEL에서 보내고 우린 다시 싱가폴로 비행했습니다.
"창이" 공항에 내려 배웅 나온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에 귀 기울여 봅니다. 거제도 크기의 면적에
불과한 땅에 32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조그만 도시국가, 실바람을 타고 잔잔하게 출렁거리는
야잣잎 자락사이로 가려진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싱가포르에서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워낙 짧은 일정 탓에 쉴 틈 없는 강행군은 계속되었습니다. 한 줄기 스콜(일시강우)이 뿌려져
호들갑스럽게 준비해 간 우산을 펼쳐 들고 오키드 공원을 찾았습니다. 형형색색의 양란들의 자태에
한동안 입이 닫아 질줄 몰랐습니다.
k형,
우린 다시 리프트를 타고 다양한 볼거리와 유희시설이 잘 갖추어 진 센토사 섬으로 이동했습니다.
동양최대의 해저터널 수족관, 지구 건너편에서 온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드라마틱한 생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아름다운 수중세계로 빨려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웅장한 음악, 화려한 조명과 함께 펼쳐지는 야간분수 쇼, 딱 한마디로 "멋있다" 바로 그것이었습
니다. 다음날은 며칠후면 폐쇄된다는 악어농장을 관광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허둥대다 지쳐 쓰러진 악어 떼들이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곧이어 모노레일을 타고 새들의 천국이라는
"주롱새 공원"을 둘러다 보고 올스타 버드 쇼를 관람했습니다. 코뿔소 새, 앵무새, 큰 부리 새 등
100여 마리의 잘 조련된 새들의 멋진 쇼는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k형,
이제 싱가포르와 연접한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 섬으로 이동합니다. 싱가포르 국경에서 1키로
남짓의 그다지 크지 않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말레이시아 영토이더군요, 원주민들의 엉성한
환영 쇼를 관람하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이 동시에 한 눈에 보이는 어느 건물
앞 필드에서 기념촬영을 끝내고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습니다.
k형,
집을 나설 때 입었던 두터운 복장에서 우리나라의 초겨울을 읽을 수 있었지만 반바지와 반 팔
차림의 복장으로도 더위에 시달려야 했던 동남아의 하루 하루를 느끼면서 과연 "상하의 나라" 라는
것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솔직히 말해 저는 습기 먹은 고목 나무 가지에서 도마뱀의 미끄럼 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행복했습니다. 이번 여정에도 역시 비단 업무적으로 뿐 아니라,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
까지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한 여정이 되도록 애써주신 k형의 아낌없는 배려에 또 한번 고개 숙여
졌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k형,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내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