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세계/자작 글 모음

꿈길에서 달려 본 무의도..

*산울림* 2009. 1. 28. 15:20

 

 

 

2003년 4월의 마지막 휴일. 오늘은 모처럼 만에 그것도 재건축아파트 대의원 단합대회라는

명분의 공무수행이 대전제가 된 행사에 참여코자 전라도 마이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집사람이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

내용인즉,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수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집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전국의 산하를 찾아 줄행랑을

쳐온 나로서는 차마 이런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런 연유로 카사모의 무의도 행사참여는 대단히 안타깝게도 애당초에 글러먹었었다.
아쉬움을 접은 채,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아내에게는
집은 내가 사수할 테니 아무 걱정말고

잘 다녀오라며 따뜻하게 전송해줬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무의도 행에 대한 전후사정을 얘기하고 너희들이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엄마께 비밀만 지켜준다면 지금이라도 떠날 수 있다며 거금 2만냥씩을 건네주자,

아이들은 눈물겹도록 대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렇게 해서 내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야말로 꿈길 같은 무의도 행이 극적으로 이뤄지

게 되는 순간이었다.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연안부두로 향했다.

연안부두!
♬"가는 사람 ∼ 오는 사람.....

마음마저 설레게 하네"♬


 대중가요의 가사 말처럼 항상 신선하고 유연한 어감으로
가슴에 머무는 연안부두, 지금 이곳

에서는 무의도를 찾아 멋진 추억 만들기에 동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부우웅!

드디어 뱃고동 소리와 함께 우리 일행을 실은 여객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

분쯤 달렸을까?


 배가 망망대해에 접어들었을 즈음, 갈매기 떼가 구성지게
제잘 되면서 꼬리를 물고 몰려든다.

사람들이 준비해 간 새우깡 등 고단백의 자양분을 녀석들은 힘 안들이고 쉽게 취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사람들은 또 이 무리들의 곡예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갈매기 떼가 없었더라도 멋진 바다여행이었을 것이다.
바다 한복판에서도 봄날 같은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내 등을 밀어주고 바다는 내 마음의 잔잔한 그리움처럼 나를 향해 두 팔을 벌

리고 있었으며, 봄기운도 따스한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바다 역시 푸르렀다.

 이렇게 뱃길 따라 달려 온지 1시간 여....드디어 무의도에 도착하고 간단히 산행점검을 마친

우리는 곧바로 서해의 알프스라고 불리 우는 호룡곡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빽빽하게 해송으로 둘

러 쌓인 아름다운 숲과 이름 모르는 연두색 수목들의 희귀한 자연적 축제가 산 나그네의 발길을

가끔씩 멈추게 한다.

 능선상부의 마당바위에 이르러 한눈에 들어오는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감탄사는 절정에 달한다.

졸망졸망한 작은 섬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아름다운 바다, 비록 제한된 면적이긴 하지만,

그 바다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때맞춰 전개되는 "모세의 기적"을 바라보노라니 조개 잡으려 어서

내려오라며 연신 손짓하는 하나개 해수욕장의 유혹도 잊는다.

 하산 후 하나개 해수욕장에서의 뒤풀이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오늘 여정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우리가 오늘 만난 바다와 산이 자연과의 만남이었다면, 뒤풀이는 확실히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이었다. 그만큼 인간적인 만남이었고 반가운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연안부두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였을 것이다. 오늘 하루는
참으로 아슬아슬하면서도 의미 있는 하루

였다고 생각하던 터에 갑자기 문명의 신호음이 울렸다. 집사람에게서 온 전화였다. 내용은 뻔했

다. 호들갑스럽게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모든 게 한낱 꿈길을 거닐었을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