멎어버린 삶을 되찾고자...
아직은 허리놀림이 자유롭지 못하여
어렵게 등산양말을 신는 모습을 보고서
마눌이 기어이 한마디 던진다.
"이번 주 까지나 쉬지 않고서요.......
양말도 제대로 신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산에 간다고 그러세요?"
"어, 연습산행 한번 해 보려고,,
걱정 마, 가까운 모락산에나 살살 댕겨올게,,,"
이렇게 가볍게 대꾸하고 집을 나섰다.
지난주에도 방콕신세를 졌었기 때문에
정확히 2주만에 산을 찾아 나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몸 컨디션이 완전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산을 고집하는
대의명분은 이렇다.
우선은 많은 분들께서 믿으려하지 않으시겠지만,
언제부터인가 휴일에 산을 찾는다는 것은
내 삶의 커다란 의미가 되어버렸으며
따라서 어떤 이유를 들어 산행을 못하게 되면
어느 순간, 내 삶이 멎어 버리는 혼돈에
빠지기 때문이다.
또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마음이 시리다는 이유로,
일상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산에 오를 수 없는 많은 분들의 가슴 가슴속에
작은 새로 내려앉아 가을 산의 정취와 향기를
듬뿍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잰걸음으로 나를 추월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른바 깔딱 고개를 오른다.
초록빛갈이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
하늘이 유난히 높다는 것을 빼고는
틀림없이 여름날이다.
그렇게 날씨가 무덥더라는 말이다.
정상에 올라 국기봉을 손으로 터치한다.
비록 조그만 산이지만 맑은 날씨 덕에
무려 열두 개시(市)나 굽어살펴 볼 수 있었다.
안양, 의왕, 군포, 과천, 수원, 안산,
서울, 부천, 시흥, 광명, 성남, 하남 등...
하산 중에 어김없이 진동하고 마는
문명의 신호음에 놀란 꿩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관악산과 명지산을 찾은 산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산에 오르면 이렇게나 좋은 것을....
어쩌자고 허리 병이 돋아
내 인생의 한 주를 멎게 하였단 말인가?
다소 무리를 감수하고 올랐던
"나 홀로 산행" ,
멎었던 삶을 확실히 되찾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보다 더 먼 산길을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