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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앓이

*산울림* 2009. 1. 28. 10:53

 

 

청량한 바람이
큰길가 은행나무에 걸쳐 앉아

머무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초록의 가슴앓이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러나,

아무리 계절이 바뀐다해도
또 다른 계절의 이름으로 가슴앓이는

계속된다.


흐르는 세월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가슴으로 느끼며
코스모스 산들거리는 들녘으로

달려나가
폴짝폴짝 뛰어보고 싶다.

이 가을을 맞아,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시린 고통들을

달콤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높은 가을하늘을 선회하는

한 점 아름다운 구름으로
피어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들기 전에
의미 없이 허물어져 가는 소망과
그것을 바라보는 고독을 추슬러서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