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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랑

*산울림* 2009. 1. 28. 10:18

 

 

가을 사랑....*



투실투실한 오동나무에 매달린

잎새들은 유난히 넓지막 하다.
그 무거운 잎새들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나갈 때 계절은
문득 만추의 문턱을 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붉게 물들여진 단풍의 행렬은

차마 그 아픔을 토해낼 수 없는
내 마음까지 단풍들게 하였고

어깨가 쭉 처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는

멀고도 황량한 거리를 숨가쁘게 달려와

그려본 나의 자화상이었다.이처럼 쓸쓸하고 처연한

가을의 풍경들이 내 가슴에

오래도록 머무는 것은

아마 내 인생의 계절도 만추의 문턱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변함 없이 가을하늘엔

조각구름이 흐르고 새들의 날개 짓도

여전하지만 속절없이 가는 세월 앞에서는
웬 지 이유 없는 고독이 밀려들고

내 생의 변두리를 핥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자꾸만 그 근원적인 물음표 앞에 서게 된다.

까치발을 들고 맞이했던 가을밤에 대한

애틋한 추억, 가슴 시리던 그 날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기억의 편린으로 남아 있는데

벌써 내 인생의 계절이
만추라는 사실에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깊어져 가는 이 가을,

더 늦기 전에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나고싶다.

가을사랑은 고요해서 좋고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통해서 좋다고 한다.

사랑에 목숨을 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차가운 이지(理智)로

단풍잎처럼 아리아리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이 가을이 찬란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