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습작노트에서...(어찌 하오리까,,)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사건과 사고 또한 양산되어만 간다.
사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 보았다.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끌만한 일" 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웃기고 즐거운 일,
슬프고 안타까운 일 등을 총망라해서 감히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별로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 나는 며칠 전,
하나의 조그만 사건을 저질렀었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건강을 소중히 여긴다는 이유로
여느 때처럼 산꾼들의 무리에 휩쓸려 수락산을 찾았었다.
하산 후, 뒤풀이는 이미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시원한 호프로 타는 갈증을 1차 해소한 다음,
한 친구와 둘이서 모처럼 휴일을 맞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불러모았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친구들은 모여들었다. 술자리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어느새 술친구들은 5명으로
늘어났다.
문제의 발단은 결정적으로
3차에서의 술값을 어느 친구가 치르면서 일어났었다.
내가 치러야겠다고 생각한 술값을 다른 친구가 치르는 바람에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겨 4차를 맞이하기에 이른 것이다.
3차에서의 술값을 내가 치렀었다면
당연히 4차는 없었을 것이며
사건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 1시30분쯤으로 기억된다.
스산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손폰이 진동한다.
집사람으로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
"지금 몇시에요? 출근 안하실거에요..
거실에 이부자리
펴놓았으니아이들 깨지 않게 조용히 들어와 주무세요"
그리고 나서도 우린 몇 차례의 술잔이 오고 갔었다.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귀가를 서두른다.
택시가 과천을 통과할 즈음, 아차 싶어 주머니를 뒤져본다.
달랑 5천원권 하나뿐이다.
난감한 사건이 발생되는 순간이다.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물론 조용히 들어와 달라고 아내가 미리 쐐기를 박아버리는
바람에 집으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좋은 머리(?)는 이럴 때 유감 없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기사선생님께 정중하게 여쭙는다.
"선생님?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데요...가스 충전소에 가셔서
제 카드로 긁어 택시요금을 정산하면 안될까요?"
여느 술꾼과는 달리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멀쩡한 나를 보고
그 선생님은 흔쾌히"Yes" 다.
휴우~! 한숨을 내쉬는 순간,
어느덧 충전소 입구에 다다른다. 그러나 아직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만땅으로 채운 충전요금이 고작 5천원이란다.
이번에는 넉넉하신 마음씨를 지닌
기사선생님께서 기지를 발휘하는 순서다.
"걱정 마세요,, 손님,
3만원을 긁어놓고 다음에 와서 충전하면 되요"
이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가?
택시요금으로 2만원을 공제하고 만원을 거슬러주려는
그분께 나는 한사코 받지 않았다.
그대신 정중한 인사 한마디를 남기고 귀가 했었다.
" 기사 선생님,
복 많이 받으세요..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
아직은 살아 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네요"
난생처음 맛보게 된 망신살 뻗칠 사건!!
술을 좋아하시는 여러분께도 혹시 한번쯤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이 글을 올려본다.